d라이브러리









오늘은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할 차례야. 어차피 더러워질 화장실을 도대체 왜 청소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 그래서 밀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다녔는데…,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 밀대 끝으로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변기가 깨져 버렸지 뭐야! 덜컥 겁이 나긴 했지만 속으로 생
각했어. 뭐~, 그깟 지저분한 변기 따위….
“쿠르릉~, 쏴아~! 쿠르릉~, 쏴아~! 곧 출발합니다. 출발합니다!”
“모두 자신의 변기가 깨진 곳은 없는지, 화장지는 찢어지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도 없으시다구요? 오호~, 그렇다면 냉큼 출발하겠습니다! 화장실 익스프레스! 출발! 쿠르릉~, 쿠르릉~, 쏴아~!”


휘이잉~흔들흔들~철푸덕~

화장실 익스프레스에 타신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드디어 첫 번째 역에 도착했습니다.”
변기 속의 소용돌이 물살을 타고 왔더니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는 후들거려. 그래도 호기심이 강하게 날흔들었지. 도대체 여기는 어딜까?
“여기서는 눈을 크게 뜨고 발밑을 조심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철푸덕~! 꽤애애액~!”
비명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가 구덩이에 빠졌지 뭐야. 흐으~, 조심해야지.
“빠지지 말라고 경고를 했을 텐데요…. 이 구덩이들은 모두 고대인의 화장실로 굉장히 중요한 유적이란 말이에요! 별것도 아닌 구덩이가 왜 중요하냐구요? 유적지에 남아 있는 기생충을 조사하면 고대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2005년에 발견된 전라북도 익산 왕궁리 화장실 유적 터에서 편충, 회충, 간흡충 등의 기생충 알이 발견됐어요. 그래서 그 때 살았던 백제인이 똥과 오줌을 비료로 삼아서 채소를 키웠고 그 채소를 많이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저기 구멍 난 판자는 뭐지?

“몇몇이 모여 살거나 떠돌아다니며 살던 서양의 고대인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구덩이를 팔 공간이 부족해졌어요. 결국 똥과 오줌을 땅에 묻지 않고 물로 씻어 내는 공동 화장실을 만들게 됐죠.”
“자세히 보면 돌로 된 변기 뚜껑까지 있어요!”
그러고 보니 안에 하수도 같은 수로가 보이네. 저 길을 통해 똥과 오줌이 한 곳에 모이니 훨씬 더 깨끗해졌겠군. 구덩이 보다 백배나 멋지잖아! 역시 사람은 머리를 써야 해! 머리를!
“그러게요. 실제로 고대 로마 인들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썼어요. 저 변기 위에 여럿이 앉아 정치, 경제 이야기를 즐겨 했죠. 어떻게 알았냐구요? 변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정말 줄줄이비엔나처럼 생겼잖아!
“쿠르릉~, 쏴아~! 쿠르릉~, 쏴아~! 다음 역으로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탑승!”



 
위로 조심 아래로 조심

열차가 멈추고 눈을 뜨니 하이힐이 놓여 있었어. 이건 또 뭐지?
“여기서는 높은 굽이 달린 신발이 필수지요.”
“으아아악! 발에 똥 묻었어!”
뒤를 돌아보니 첫 번째 역에서 구덩이에 빠진 그 녀석이잖아? 그러고 보니 바닥이 온통 똥, 오줌 투성이야. 도대체 누가 버린 거야?
“중세로 접어들자 사람이 점점더많이 모였고 도시가 생겨났어요.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살 수 있는 4~5층 높이의 공동주택이 있는 도시에선 똥과 오줌을 처리하는 문제가 그야말로 큰일이었죠. 그 때는 집 안에까지 배수관을 설치할 기술력이 없었거든요.”
그럼 혹시 길거리에 …?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날의 베란다와 비슷한 돌출된 창을 설치했어요. 창의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도랑이 흐르고 있었답니다. 똥을 누면 바닥의 구멍을 통해 도랑에 퐁당~ 떨어지는 거죠. 아니면 요강에 똥과 오줌을 받아 놨다가 창문 밖으 로 휙~하고 던져 버렸죠. 중세의 도시가 얼마나 더러웠는지 상상이 가죠? 도랑에는 똥이 둥둥둥~, 거리에는 똥과 오줌이 철푸덕~!
그래서 사람들은 똥과 오줌을 밟지 않기 위해 굽이 높은 신발인 초핀을 만들어 신게 됐고 그게 하이힐의 시초가 되었지요. 일본의 나막신인 게다도 그런 기능이 있었어요.
” 똥은 하이힐로 피해도 냄새는 어떡할 거야….“
그래서 중세 시대에 향수가 많이 사용됐죠. 똥과 오줌의 악취를 피하기에 그만이었거든요. 게다가 높은 곳에서 뿌리는 똥과 오줌을 피하기 위해 양산과 모자도 발달했죠. 그렇지만 왠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이드는 걸? 똥을 치워야지 피하면 어쩌자는 거야! 게다가 똥이 얼마나 비위생적인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다음 역에 가면 알 수 있겠군요. 그럼 다음 역은 뭐냐구요?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는 쉬어가는 역입니다. 그럼 출발~~~! 쿠르릉~, 쏴아~! 쿠르릉~, 쏴아~!”


 




 
❶ 중세 시대의 화가가 그린 그림이에요. 왼쪽 탑 에 똥을 누고 있는 엉덩이가 보여요.
❷ 그림에 있는 탑의 실제 모습이에요. 창 아래쪽 이 굉장히 지저분해 보이죠? 똥과 오줌 때문 이랍니다.


쉬어가는 역 화장지의역사

대나무 막대기(일본·왼쪽)

일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나무 막대를 이용해 뒤를 닦았다. 여러 개의 나무 막대를 화장실에 두어 교대로 닦았다.

흙 판(파키스탄 모헨조다로·오른쪽)
진흙을 뭉쳐서 구워 낸 흙 판을 이용해 뒤를 닦았다.
 



짚(한국)
볏짚으로 뒤를 닦은 뒤 화장실에 그대로 넣으면 썩어서 훌륭한 비료가 된다.
옥수수(미국)
옥수수 재배 농가에서는 바구니에 옥수수 수염이나 옥수수를 털고 난 자루를 담아 뒤를 닦는 데 사용했다.

화장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①화장지 원료 수거
재활용할 수 있는 흰색 계열의 종이인 신문지나 사무용지를 펄프와 함께 쓰기 위해 모은다.
②녹이기
재활용 종이를 물에 녹여 섬유를 분리해 낸다.
③필요 없는 것 빼내기
종이 이외의 작은 이물질을 깨끗하게 분리하고 거품을 이용해 잉크 입자를 없앤다.
④섬유소 다듬기
물에 푼 재료를 특수한 기계로 꽝꽝 두드려 재료가 서로 잘 붙게 만든다.

⑤종이 형태로 만들기
기계를 이용해 종이 형태로 만든 뒤 종이에 미세한 주름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다.

⑥엠보싱
기계를 이용해 올록볼록하게 만든다.

⑦완성


 





 


“여기는 쉬어가는 역입니다. 도시락도먹고 수다도 떨면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쉬는 동안 잠깐 표 검사를 하겠습니다. 모두 표를 꺼내 주세요.  아차! 표가 뭔지는 알고 계시죠? 화장실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 변기의 영원한 짝꿍! 바로 화장지입니다.”
뭐라구? 자기들 맘대로 날 태울 땐 언제고 무슨 표 검사야! 맨 몸으로 끌려 왔는데 무슨 표람? 휴~, 이를 어떡하지…?
주머니를 뒤져 봐도 지푸라기 몇 개밖에 없잖아!
“지푸라기요? 네! 승객이십니다.” 응? 뭐라구? 아까 화장지가 표라며…. 헛…! 혹시 누가 지푸라기를 화장지로 쓴다는 거야?

손가락(인도)
왼쪽 손가락을 이용해 뒤를 닦은 뒤 손을 씻어서 말린다. 그래서 왼손은 부정하다 여겨 악수를 하거나 밥을 먹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
모래(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의 모래는 입자가 작아 매우 부드럽다. 손가락에 모래를 담아 뒤를 닦으면 고온 건조한 날씨 덕분에 금세 말라 떨어진다.
두루마리 휴지
최초의 두루마리 휴지는 1880년 쯤 미국 스코트 형제가 발명했다. 두루마리 휴지는 그 뒤로 화장지의 대표로 자리잡았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물에서도 쉽게 녹는 화장지, 올록볼록하게 만들어 촉감이 더욱 부드러운 화장지, 비타민이나 알로에를 첨가한 화장지 등 다양한 화장지가 개발되고 있다.
1998년 크리스티앙 포인체발이라는 사람이 화장지에 프랑스 문화에 대한 글을 넣어서 판 걸 시작으로 각종 글과 사진이 들어간 화장지가 선보이고 있다.

똥은 가고 건강은 오고

“이번은‘똥은 가고 건강은 오고’역입니다. 중세 시대의 똥과 오줌 웅덩이에는 온갖 쓰레기와 죽은 동물이 담겨 있었죠. 며칠이 지나면 웅덩이는 썩고, 병균과 기생충이 바글거리게 되죠. 그런 구덩이 수십 개가 길거리에 있으니…. 결국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번져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휴~, 화장실만 제대로 있었어도….
“그렇죠. 아무튼 그 덕분에 상하수도가 만들어졌고 수세식변기도 발명되었답니다. 처음에는 중세 시대에 귀족이 사용했던 의자 모양의 단순한 변기로 시작해 점점 과학이 접목 됐답니다.”

“관을 통해 똥과 오줌이 한 곳으로 모이고 더 이상 거리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게 됐어요. 어디 냄새뿐인가요? 콜레라와 티푸스 환자도 급격하게 줄었답니다.”
“칵테일 잔처럼 생긴 저 변기를 자세히 보세요. 물이 흐르는 관의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솟아 있죠? 손으로 물을 밀어내는 것도 아닌데 물은 관을 따라 흘러가죠. 그건 바로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했기 때문이죠. 사이펀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구
부러진 관을 뜻하는 말이에요. 원래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사이펀에서는 높은 곳의 물이 더 높은 곳을 지나 낮은 곳으로 내려와요. 높은 곳에 있는 물의 표면에 공기의 압력이 작용해 물을 밀어 내기 때문이죠.”


 

현대의 변기도 사이펀의 원리 를 이용하고 있어요. 사이펀을 이용하면 냄새가 나지 않아요.


 

요즘에는 엉덩이를 씻어 주는 물과 바람이 자동으로 나오는 변기인 비데도 있지요. 일본에서는 변기에 앉으면 몸의 체지방을 조사해 결
과를 보여 주는 변기, 혈당과 맥박을 검사해 알려 주는 변기도 개발됐어요.
 




“놀라서 입이 안 다물어 진다구요? 어허~, 무슨 말씀! 더욱 더 놀랍고 신기한 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역으로 출발~! 쿠르릉~,
쏴아~!”

화장실로만보지말라!

“이번 역은‘화장실로만 보지 말라!’ 입니다. 이제 화장실은 최첨단 과학뿐만 아니라 환경과 약자를 배려한 깊은 마음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죠. 또한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뭐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럼 한마디만 알아 두세요.‘ 화장실을 화장실로 만보지 말라!’”
“첫 번째 사진은 낮이면 지하에 있다가 밤이면 지상으로 올라오는 캐나다의‘나타났다 사라지는’화장실이에요. 밤에 화장실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죠.”
언젠가 할아버지가 다리가 다쳐서 입원하셨을 때 휠체어 모양을 한 변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그 변기에서는 형광빛이 나와 밤에도 쉽게 볼일을 볼 수있어요. 눈이 아주 나쁜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죠.”
엇! 저 아래를 보니 두 번째 역에서나 볼 법한 구식 화장실이 있어. 쟤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저건 친환경 화장실이에요. 산소를 좋아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똥과 오줌을 발효시키죠. 미생물이 먹은 똥오줌은 95%가 이산화탄소와 물로 되고 나머지는 비료가 되지요. 비료가 필요한 농촌에서 많이 쓰이고 있어요. 저런 형태도 있지만 수세식 변기 형태도 있답니다.”



 

와~! 엄청나게 큰 그랜드피아노잖아! 도대체 저게 뭐지?
“이건 남양주시에 있는‘피아노 화장실’이에요. 무려 높이 11m, 가로 19m의 거대한 화장실이죠. 화장실이 문화 장소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줘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각 지방의 명소를 보여 주거나 특산물을 이용하는 등 굉장히 아름다운 화장실이 많았던 것 같아. 어쩌면 화장실이 더럽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아니었을까…?
“자~, 이제 마지막 역으로 떠나요! 모두 변기를 단단히 붙잡으세요! 쿠르릉~, 쏴아~!”


 
▲수원 이목동에 있는 변기 모양으로 만든 집이에요. 이제 화장실은 지저분하거나 피해야 할 공간이라는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다음역은 여러분이…

이번은 마지막 역입니다.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뭐? 이번이 마지막 역이라구? 뭔가 아쉬운데? 다음 역에도 가 보고 싶어.  “
저희도 아쉽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기차 레일이 이어지지 않아 다음역으로 갈 수 없습니다….”
왜? 어째서? 다음 역이 없는 거지?
“세계 인구의 40%가 화장실 없이 살아가고 있어 요. 즉 첫 번째, 두 번째 역쯤에 머무르고 있는 거죠. 두 번째역기억나요? 네~, 비위생적인 환경때 문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지금도 마찬가지 예요. 한 해 150만 명의 어린이가 비위생적인 질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걸요.”
“그뿐만아니에요. 수세식변기를 사용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물이 쓰이고 있어요. 한 번 똥을 눌 때마다 무려 13~19L나 되는 물이 사용되고 있어요. 마실 물도 부족한 요즘엔 정말 큰일이죠.”
그렇다면 다음 역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거지…?

내년 ‘세계 위생의 해’ 를 맞아 많은 개발도상국에 깨끗한 화장실을 보급해야 해요. 그러면 질병도 막고 깨끗한 식수도 보존할 수 있겠죠. 더 중요한 건 우리 친구들이 과학을 열심히 공부해 좀 더 환경과 친하고 누구나 간편하게 쓸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드는 거예요! 미래의 화장실 익스프레스,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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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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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맑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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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리
  • 진행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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