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2일 독도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연실태 종합학술조사단’ 이 울렁대는 파도를 수백 번 탄 끝에 독도에 도착했다. 그런데 조사단은 독도 곳곳에서 괭이갈매기의 습격(?)을 받고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과연 괭이갈매기는 조사단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똥 폭탄’을 조심하라!
선착장에 내려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바닥이었다. 바로‘괭이갈매기의 똥’이다.“허걱~.”여기저기서 조사단원들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함께 간 관광객들이 던져 주는 과자를 먹기 위해 몰려든 괭이갈매기 수백 마리가 쉴 새 없이 ‘똥 폭탄’ 을 투하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동도와 서도는 물론 촛대바위까지 괭이갈매기가 모두 뒤덮었다. 현재 독도에는 1만 마리가 넘는 괭이갈매기가 살고 있다. 문제는 괭이갈매기의 똥이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삼봉호을 몰고 온 손경찬 선장은“괭이갈매기 똥이 뒤통수를 맞고 옷 속으로 들어가면 가장 기분 나쁘다”며‘ 새똥경계 경보’를 발령했다.
한 조사단원은 머리 바로 위에서 날아다니는 괭이갈매기의 사진을 찍다가‘똥 사진’을 찍었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몸에 붙인 채 비행하는 괭이갈매기가 똥을 싸는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누른 것이다. 그 뒤 그가 찍은 사진에선 똥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날씨도 무더운데 새똥은 피해야지. 아~, 똥은 더러워!

괭이갈매기
갈매기과
“꽈아오, 꽈아오”하며 고양이 울음소리 같이 짖어서 괭이(고양이)갈매기란 이름이 붙었다. 몸길이 약 46㎝, 날개길이 34~39㎝ 갈매기로 독도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5~8월에 둥지를 틀고 한 번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똥은 자원이다!
그러나 똥이 더럽다고 욕하지 마라. 예로부터“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듯 독도에선 새똥도 유용하게 쓰인다. 바다 한가운데
고립돼 있는 독도 주변은 늘 영양분이 부족하다. 이 곳에 사는 생물들에겐 새똥도 맛있는‘먹이’가 된다.
새는 신체구조상 소화한 먹이의 영양분이 대부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된다. 덕분에 바다 속 플랑크톤에겐 새똥이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다. 새똥을 플랑크톤이 먹고,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를 인간이 잡고 있으니, 새똥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원임이 분명하다. 육지로 쏟아지는 새똥은 식물이 자라거나 새들이 보금자리를 짓기 위한 흙의 재료가 된다. 독도는 아주 오래 전 바다 속 화산이 분출할 때 화산재가 쌓이고 쌓여 치솟은 섬이다. 이 때문에 독도에는 흙이 거의 없다. 바위에 붙어사는 풀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고 사
는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모종삽으로 흙을 걷어 냈을 때 대부분의 지역에서 30㎝ 이상은 파낼 수 없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려 해도 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비바람에 의해 바위가 부서져 흙이 만들어진 지역보다 괭이갈매기의 둥지 주변에 더 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괭이갈매기
의 똥이 식물이 살아가는 데 유익한 양분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증거다.
괭이갈매기의 이웃사촌들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 속에서 독도는‘새들의 고향’으로 묘사된다. 독도엔 모두 6종의 새들이 산다. 섬을 뒤덮고 있는 괭이갈매기 이외에도 참새와 섬참새, 황로, 백로, 칼새, 쇠부리슴새 등도 어엿한 독도의 식구들이다.
이들의 똥이 비록 괭이갈매기의 것보다 적지만 척박한 독도를 살리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독도의 생태계가 풍요롭다는 증거다. 오순도순 살아가는 괭이갈매기의 이웃사촌들을 만나 보자.
참새
참새과
육지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참새를 독도와 울릉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수컷과 암컷의 생김새가 같아 구별이 어렵다. 그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반가운 텃새다. 몸길이는 약14.5㎝로 어른 주먹만 하다.
섬참새
참새과
처음에 참새인 줄 알았지만 망원경으로 보니까 참새와 다르게 머리 꼭대기가 갈색이고 눈 아래 검은 점이 없었다. 참새는“짹,짹”하고 울지만 섬참새는“쵸, 쵸”또는 “칙, 칙”하는 소리를 낸다.

황로
왜가리과
머리부터 배까지 주황색이어서 백로의 새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몸길이는 약 50㎝로 중백로만한 크기다. 이번 탐사에선 딱 한 마리만 눈에 띄었는데 강한 바람을 타고 울릉도에서 건너온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새똥이 외치는‘독도는 우리땅’
바다에 떠 있는 육지면‘섬’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다. 국제법상 섬이 되려면 사람과 먹을 물, 나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독도는?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는 해안경비대 아저씨들이 있다. 독도가 돌섬이긴 하나‘물골’에 가니 먹을 수 있는 물이 나왔다. 그런데 이걸 어째?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으악!
그럼 독도가 섬이 아니란 얘기? 10여년 전 울릉도 주민들은 독도에 20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살아 있는 나무는
많지 않다. 나무만 심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이 나무들을 죽게 만들었다.“관광객이 돌 하나씩만 가져가도 독도가 없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독도는 흙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흙을 가져오면 자칫 흙 속에 숨어 있는 외래식물을 함께 들여오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괭이갈매기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새똥이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새똥이 쌓이고 쌓이면 분명 독도에도 나무들이 살아가는 데 충분한 흙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때는 새들의 고향, 독도가 숲으로 무성해질 것이다. 새똥이 독도를 암초가 아닌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드는 셈이다. 독도에선 새똥을 우습게 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