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터뷰] 상위 1%, KAIST 총장장학생 오현창, 1등 비결이요? 실패죠!

 

*편집자주
최근 대학별 입시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석 합격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스펙’도 다양해졌다. 과학동아는 대학 입학본부의 지원을 받아 수석 합격자에 부합하는 학생을 만나,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방법을 듣고 이를 통해 대학 합격 비결을 분석했다.

 

 

2017학년도 KAIST 총장장학생으로 선발돼 입학한 오현창 씨는 KAIST 합격생들 중에서 상위 1%에 속한다. 오 씨는 “합격의 비결은 고교 시절 경험한 실패”라고 말했다.

 

 

R&E는 실패, 성적은 중위권
오 씨는 중학교 2학년까지 홍콩에서 지내다 귀국한 뒤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했다. 홍콩에서 중학교 재학 중에는 학원에 다닌 적이 없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 때 성적은 딱 중간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도 많아서 일종의 위기감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R&E(Research and Education)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R&E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 연구 활동을 하고 이를 보고서나 논문으로 작성하는 활동이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미생물을 이용한 연료전지에 관한 R&E를 진행했다.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만큼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한 마디로 실패였다. 교과 성적도 많이 떨어졌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속상했어요.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죠. 공부나 연구는 잘 못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동안 아주 우울했어요. 그러다가 이왕 이렇게 됐는데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도 최대한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2학년 2학기 때 신청할 수 있는 한 수업을 많이 신청했어요. 수업이나 많이 들어서 최대한 배워가자, 이런 생각이었죠.”

 

한국과학영재학교는 대학처럼 학기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서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신청 과목이 많을수록 수업량이 많고, 당연히 학습량도 많다. 내신 성적을 올리기로 마음먹은 경우에는 과목을 최소로 신청한 뒤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 씨는 반대로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 성적이 올랐다.

 

 

일부러 수업량 늘리는 방법 선택
“수업을 많이 신청하니 공부해야 할 양이 너무 늘었어요. 엄청난 중압감이 생겼죠. 중압감 때문에 매일 매일을 시험 기간처럼 공부하게 됐어요. 그 전에는 시험 2주 전에나 생기던 능력이 매일 매일 생긴 거죠.”

 

2015년 한국청소년 물리토너먼트(KYPT)에서 은상을 수상한 모습. 맨 오른쪽이 오현창 씨다.2015년 한국청소년 물리토너먼트(KYPT)에서 은상을 수상한 모습. 맨 오른쪽이 오현창 씨다.

 

 

늘 시험 기간처럼 공부하기 시작하자 성적이 올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하는 역량이 조금씩 늘었다. 같은 양을 공부해도 더 빨리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3학년 1학기 때도 동일한 전략을 유지했다. 최대한 많은 과목을 신청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자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전교 1등이 돼 있었다. 늘어난 학습량은 어떻게 소화했을까.

 

“잠은 줄이지 않고, 노는 시간을 줄였어요. 생각해 보면 그전에는 1시간을 공부한다고 앉아 있어도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30분이 안 됐어요. 스마트폰과 같은 방해꾼들이 늘 있잖아요. 절박함과 중압감이 이를 이겨낼 수 있게 해줬어요.”

 

스스로 계획을 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부 시간이 정해졌다. 많은 수업을 듣다보니 당장 내일까지 해야 하는 공부가 늘 있었고, 이를 처리하는 시간이 공부 시간이 됐다.

 

물론 오 씨의 방식이 정석은 아니다. 쉽게 지칠 가능성도 있다. 오 씨는 “스스로 공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대한 바쁘게 만들어서 닥친 공부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글쓰기에 주력
최근 각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와 구술면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KAIST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총 정원 750여 명 중 670여 명을 선발한다.

 

오 씨의 경우 성적이 조금씩 향상됐다는 부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노력을 통해 성적이 점차 오르는 모습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다는 얘기를 교수님께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인 글쓰기와 말하기도 중요하다. 학생부나 추천서는 교사가 직접 작성하는 만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 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작성과 구술면접은 본인이 한다.

 

오 씨는 이를 위해 평소 논리적인 글쓰기를 많이 연습했다. 논리적인 글쓰기는 공부 방식의 하나이기도 했다. 어떤 내용을 공부할 때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목차부터 만들었다. 목차를 머릿속에 그린 뒤 전개해 나가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기 쉽다.

 

 

 

 

“실제 면접에서는 전공과 관련된 학문적인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기 보다는 고교 시절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질문이 집중됐어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적힌 내용이 제가 실제로 한 일이 맞는지 확인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학부생 연구 지원하는 KAIST 선택
오 씨는 “고등학교 때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일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생각의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시각을 마주하는 일이 창의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는 “타교 학생들과 함께 참가한 대회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데이터 해석 방식도 아주 다른 경우를 접했다”며 “이를 통해 시야가 넓어졌고 창의력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는 고등학교 공부가 대학 입시를 위해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걸 도대체 왜 배우는지 회의적일 때가 많았다”며 “대학에 진학해보니 고등학교 때 배운 기초가 아주 중요하고, 기초가 탄탄해야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연구가 좋아서 KAIST에 진학했다. 서울대와 KAIST 중 어느 대학으로 진학할지 한차례 고민했지만, 학부생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 KAIST에 끌렸다.

 

“KAIST는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공부만 했는데 대학을 선택하면서 평생 무엇을 할지 바로 결정하라고 하면 정말 어렵잖아요. 여기서는 1학년 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오 씨는 화학과 생명과학을 복수전공할 생각이다. 화학을 바탕으로 생명과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겨울방학부터는 정용원 KAIST 화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단백질 연구에 참여한다. 단백질은 DNA에 의해 큰분자로 조립된 뒤 로봇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어떻게 조립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 씨는 “고등학교 때 R&E에 실패했던 일이 오히려 이후 성적 향상의 계기가 됐다”며 “실패가 힘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조금 뒤처졌다고 생각해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대전=현수랑 기자
이미지 출처 : 현수랑

과학동아 2018년 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