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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미래자동차, ‘터보 캔’으로 달린다

융·복합 × DGIST 채움 × 열린 마음

“가까이에 보석이 있는 걸 모르고 폐차장에서 고생만 했죠.”

최지웅 DGIST 정보통신융합공학전공 교수는 자동차 통신 기술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하던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유선전화와 스마트폰 통신 시스템 전문가였던 그는, 벤처기업 경영진이자 통신전문가인 선배 강수원 박사의 제안으로 자동차 통신 분야에 2014년 처음 발을 들였다.

‘자동차에 웬 통신?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 아닌가’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자동차는 더 이상 엔진의 힘만으로 달리는 기계가 아니다. 현재 모든 자동차에는 통신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창문과 백미러 조작처럼 단순한 전동조작시스템뿐만 아니라 엔진 최적화와 조향장치 조작, 에어백 같은 복잡하고 정교한 전자제어 시스템도 있다.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약 70~100가지의 전자장치가 탑재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로 나아가는 기술 흐름에 따라 더 많은 전자장치가 탑재될 전망이다.


‘귀인’은 가까운 곳에 있다
최 교수가 폐차장을 찾았던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동차 통신케이블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부터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차장에서 얻은 케이블은 소용이 없었다. 그때 이성훈 미래자동차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그가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미래자동차융합연구센터에는 차량 통신 케이블의 구조를 살펴보고 실험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최 교수는 곧바로 이 책임연구원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현재 난관에 부딪힌 자동차 통신 기술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것이었다.


100배 빠른 차량 통신 비결 ‘온고이지신’
공자는 논어에서 ‘옛것을 연구하여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두 사람의 공동연구를 잘 설명해 준다.

두 사람과 강수원 박사가 함께 개발한 ‘터보 캔(Turbo CAN)’이라는 차량용 통신 시스템은 기존 통신 시스템인 캔(CAN)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속도를 100배 향상시킨 기술이다.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배경은 이렇다. CAN은 보쉬라는 독일의 회사가 1984년 개발한 통신 기술로, 현재 차량용 전자장치의 약 70%가 CAN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개발 당시에는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1Mbps라는 전송 속도로도 충분했다. A4용지 한 장에 한글로 700자를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 90장에 담긴 정보를 1초에 보낼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각종 전자장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통신 케이블이 주고받아야 할 정보의 양이 급격히 많아졌다.

터보 캔 개발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재성 연구원과 최지웅 교수, 이성훈 책임연구원, 한성민 연구원. 공동연구팀의 노력이 차량용 통신 기술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지 기대된다.터보 캔 개발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이재성 연구원과 최지웅 교수, 이성훈 책임연구원, 한성민 연구원. 공동연구팀의 노력이 차량용 통신 기술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지 기대된다.
 
최 교수와 이 책임연구원은 ‘한물 간’ 유선전화에서 쓰이던 기술에서 착안해 캔 기술과 호환되면서도 속도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터보 캔을 개발할 수 있었다. 캔이 정보를 인식하는 주파수 영역보다 높은 주파수 영역의 신호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캔으로 처리하던 기존 신호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많은 정보를 전송해야 하는 새로운 장치들의 신호는 높은 주파수 영역대에 실어 보낸다. 캔은 높은 영역대의 주파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이 책임연구원은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터보 캔을 적용한 차량용 반도체와 집적회로를 만들어서 전자장치를 구동하는 전자제어장치(ECU)까지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최영준 과학동아
사진 : 홍덕선
이미지 출처 : 홍덕선

과학동아 2017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