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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줄기세포 배달하는 초소형 로봇 탄생

  
“잘 들여다보세요. 착한 사람의 눈에는 보입니다.”

최홍수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눈을 부릅뜨고 실험장비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로봇이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의 확대 영상에는 나사모양처럼 생긴 마이크로 로봇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지만, 기자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최 교수가 먼지보다도 작은 점을 가리키자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유성운 뇌·인지과학전공 교수와 3년 전에 만든 마이크로 로봇을 개선한 겁니다. 총 6년 정도가 걸렸네요.”

최 교수와 유 교수는 DGIST 설립 초기 멤버로, 전공은 달랐지만 평소 친하게 지냈다. 서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공동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최홍수 교수가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유 교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로봇 연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2010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마이크로 로봇은 개발하기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로봇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제작이나 조립보다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연구가 주를 이뤘다. 융합연구팀은 마이크로 로봇을 제작하고, 그 안에 세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동시에 로봇을 제어하는 연구까지 했다.

 
거듭된 실패 끝에 탄생한 줄기세포 배달 로봇
연구팀은 세포나 약물을 담을 수 있고, 액체 속에서 움직이기 쉬운 자성을 띤 구조물을 만든 뒤 그걸 자기장으로 조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치 자석으로 클립을 옮기는 것처럼 말이다.

마이크로 로봇 제작은 최 교수가 맡았다. 빛 에너지를 받으면 딱딱하게 굳는 광경화성 고분자 물질에 레이저를 쏘여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 위에 자성물질인 니켈과 인체에 무해한 티타늄을 순서대로 코팅했다. 유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에 줄기세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라미닌이라는 물질을 발라준 뒤 해마 부위에서 얻은 신경줄기세포를 넣어서 잘 자라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맡았다.
원리나 방법만 놓고 보면 어렵지않아 보이지만, 이를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mm) 단위에서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팀도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최교수팀이 로봇을 만들어 보냈지만 거기에 신경줄기세포를 심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줄기세포를 배양하려면 배양액 속에 로봇이 고정돼있어야 하는데, 액체의 흔들림 때문에 로봇이 붙어 있던 유리 기판에서 쉽게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결국 로봇이 좀 더 견고하게 기판에 붙어있을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해야 했다. 최 교수는 “저는 세포에 대해서 잘 몰랐고, 유 교수는 이렇게 작은 3차원 구조물에서 신경줄기세포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마이크로 로봇을 넣고 생체내에서 직접 조종해 보는 동물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또 용도별로 다른 기능을 가진 마이크로 로봇도 만들고 있다. 예컨대 원하는 위치에 도착한 뒤 약물이 포장된 물질을 내려놓고 배출되는 로봇이나, 목적지에 도착한 뒤 녹아 없어지는 로봇 등이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주사로 주입해 특정 부위에 퍼져나가게 하는 정도였지만,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하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를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 레시피

전문성 × 활발한 소통​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융합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 잘 하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기는 하지만 각자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쪽에서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속하게 알아야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예컨대 최 교수팀이 준 로봇이 배양액 속을 떠다녀서 줄기세포를 넣기 어려운 상황을 유 교수팀에서 빨리 공유하지 않았다면, 최 교수팀은 그 사실을 놓친 채 다음 단계 연구를 하고 있었을 수 있다. 유 교수는 “연구 진행 상황과 의견을 수시로 교환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 : 최영준 과학동아
사진 : 이서연
이미지 출처 : 이서연

과학동아 2017년 0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