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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 뇌와 컴퓨터가 만나면 어떤 향기가 날까

융·복합×DGIST (4) 존중×대화






 
“처음엔 간단한 서류작업 때문에 만난 사이였어요. 그런데 강 연구원님이 제 일을 자기 일처럼 깔끔하게 해 주신 걸 보고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책임교수는 6년 전 처음 강원석 DGIST 웰니스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을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사소한 일로 만난 두 사람은 그렇게 마음을 열었고,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됐다.


냄새가 컴퓨터를 만났을 때

친해지니 자연스레 서로의 연구에 관심이 갔다. 당시 문 교수는 뇌가 냄새를 인식할 때 나타나는 반응을 정량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냄새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주로 실험 참가자가 냄새를 맡고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을 써 왔는데, 개인차가 크고 실험 대상의 국적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지표인 뇌파를 쓰고 싶었지만 뇌파에는 잡음이 많이 섞여 있어서 선뜻 시작할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강 연구원은 자신이 도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강 연구원의 전공 분야인 컴퓨터과학에서는 신호에 섞인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이 이미 발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뇌파에서 잡음을 제거하자 의미있는 신호를 찾아낼 수 있었다.

후각 자극을 뇌파로 분석할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후각 자극을 만드는 장치에 관심이 갔다. ‘달콤한 향기’에 해당하는 뇌파 신호를 알게 됐으니, 반대로 그 신호를 내는 향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대다수 연구자들이 쓰는 장치는 복합적인 향기를 만들지 못한다. 두 사람은 8가지 기본 향을 섞어서 원하는 향기를 제조한 뒤 뿜어주는 ‘향기 프린터(후각자극시스템)’ 시제품을 개발하고 현재 연구에 활용하면서 상용화를 위해 성능을 개선하는 중이다. 이 장치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4D 영화관과 화장품, 방향제,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유발하는 화학성분을 제어하거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향기에 섞인 유해물질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 레시피 - 존중 × 대화
 
두 사람의 융합 연구는 DGIST 내에서도 손꼽히는 학연상생연구의 성공 사례다.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보기에도 흔치 않은 협업이다. 문 교수는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는게 중요하다”며 “나이나 직급 같은 걸 따지기 시작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공동연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문 교수님과는 동네 형처럼 편한 사이”라고 말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꼭 그래 보였다.

문 교수는 “많이 말하고, 그만큼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로 격의 없이 생각을 나눌 수 있을 때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비인후과용 ‘알파고’ 개발에 도전

두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만난다. 새벽에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서로 생각을 나누는 데 부담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아졌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이비인후과용 질환 진단 보조 내시경 시스템’이다.

이비인후과에서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등 주요 질환을 진단할 때 근거로 삼는 정보는 영상과 체온이다. 현재 일선 병원에서는 코나 귀에 내시경을 넣어 영상 정보를 얻고, 체온을 따로 잰다. 의사나 환자 모두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영상에 나타난 색깔 정보를 의사가 잘못 판단하면 오진을 내릴 위험도 있다.

연구팀은 영상 촬영과 온도 측정을 동시에 하면서, 실시간으로 그 결과를 DB에 구축된 질병 정보와 비교해 진단 후보를 제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비인후과용 인공지능을 구현한 것이다. 기존 장치에 비해 무게가 절반에 불과해 편리하고, 오진 가능성을 낮춰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장치 자체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했지만, 영상과 온도 정보를 분석하고 DB 정보와 비교한 뒤 진단 후보 리스트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는 연구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 위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습도 센서까지 추가하면 더욱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각자극시스템과 내시경 기술을 출자해 ‘메가펨’이라는 기술출자기업을 설립하고,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한 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후각융합연구센터를 설립해 후각신경계를 이용한 융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글 : 최영준 과학동아
사진 : 기자
이미지 출처 : 이규철

과학동아 201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