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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GMO 안전성 논쟁 종지부 찍자”

노벨상 수상자들의 편지



노벨상 수상자 111명과 과학자와 일반 시민 5769명이(8월 17일 기준) 환경 운동단체에게 유전자변형작물(GMO)을 반대하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과학자와 환경단체 사이의 갈등이야 간혹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렇게 노벨상 수상자들이 단체로 환경단체의 활동을 비판하고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이 과학자들을 두 팔 걷어 붙이게 만든 것일까.

 


과학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공식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GMO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게재했다(supportprecisionagriculture.org). 이번에 서명한 노벨상 과학자 중에는 인트론(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DNA 영역)의 존재를 밝혀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트, 필립 샤프와 지난해 DNA 복구 기작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토마스 린달도 있다. 생물학자는 아니지만 풀러렌을 발견해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컬, 쿠퍼쌍을 고안한 리언 쿠퍼(1972년 노벨 물리학상) 등도 포함 돼 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GMO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그린피스의 근거가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과학적’ 근거로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실제 성명서에 서명한 노벨상 수상자 중 3명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기자가 추가한 내용이다.)



리처드 로버트(이하 로버트) - 1993 노벨 생리의학상
로버트 컬(이하 컬) - 1996년 노벨 화학상
장마리 렌(이하 렌) - 1987년 노벨 화학상

 


 
 
Q. GMO 반대를 비판하는 성명서에 서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로버트: 한 순간에 결정한 일은 아니었다. 이번 성명서는 일 년 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지난 6개월 동안 공식 사이트 개설을 준비했고 수상자들의 서명을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친 뒤, 6월 30일 공식적으로 GMO 반대를 비판하는 운동을 알렸다.

컬 내가 서명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GMO를 반대하는 이유가 비과학적이고, GMO 전체를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로버트 박사가 문제를 지적했고, 그의 의견에 동의해 서명하게 됐다. 렌 GMO 문제에 워낙 관심이 많았다. GMO는 충분히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하고 있고, 이것의 응용 분야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GMO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모자랄 뿐더러, GMO가 인류에게 줄 혜택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Q. GMO를 찬성하는 학문적 근거는 무엇인가.

로버트: 과학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은 아직도 GMO의 안전성에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GMO가 안전하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일치된 바다(scientific consensus).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GMO는 식물 육종을 위한 방법이지, 전혀 다른 식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통적으로 육종된 식물들(관행육종, conventional breeding)이 GMO로 생산된 식물들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GMO는 철저한 안정성 검사를 거치지만 관행육종으로 길러진 식물들은 어떤 안정성 검사도 받지 않는데, 이 역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GMO가 안전하다는 것은 최근에 발표된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보고서와 영국 왕립학회의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 NAS는 20여 년간 발표된 GMO 관련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5월 17일 발표했다. 그 결과, 동물실험 및 연구를 통해 현재 생산되고 있는 GMO 식품의 화학적 구성이 사람의 건강에 유해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역학조사를 한 연구를 통해 GMO 섭취가 어떤 질병이나 만성 질환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doi : 10.17226/23395).

Q.  GMO 옥수수를 먹은 쥐가 암에 걸렸다는 에릭

세라리니의 논 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프랑스 칸대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는 2012년 9월, 2년간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GMO 옥수수인 NK603을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2~3배 빨리 죽었다는 결과를 ‘식품과 화학독성학’에 발표했다. 당시 이 논문은 GMO를 먹은 동물에 대해 장시간 조사한 첫 연구였고, 기존의 GMO 관련 논문들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줘 큰 화제가 됐다
(doi : 10.1016/j.fct.2012.08.005).

로버트, 렌: 그 논문은 완전히 틀렸다. 실험의 설계에 결함이 너무 많은 연구였다. 2013년 12월에 논문이 철회됐다.

이 질문은 대답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국내 과학자들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받았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두 차례에 걸친 과학 자문단의 논문 검토 결과, 실험 설계부터 결과 해석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발표했다.

최양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는 “실험 결과를 보면 더 적은 양의 NK603을 먹은 쥐가 더 많이 죽었다”며 “NK603, 즉 GMO 식품과 인체 유해성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만한 통계 자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논문을 확인해본 결과, 수컷 쥐의 경우 먹이에 GMO 옥수수가 11% 들어간 집단이 22%, 33% 들어간 집단보다 사망률이 높았고, 0% 들어간 집단이 22%, 33% 집단보다도 사망률이 높았다. 암컷 쥐의 경우에는 22% 집단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았다.

김해영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생존율과 발암성을 보기 위해서는 암수 각 군당 50마리 이상의 동물을 사용해야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볼 수 있다고 인정되는데, 이 논문에서는 10마리씩의 동물만을 이용했다. 또 독성시험에 대해서는 최종 보고서 형태로 모든 결과를 기재해 종합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세라리니 교수의 논문에는 일부 결과만을 기재해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당시 EFSA는 세라리니 박사에게 해당 실험에 대한 전체 데이터 공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Q. GMO가 다른 식물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해 생태계에 혼란(오염)을 야기하거나, 생물다양성을 줄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로버트: 이건 단순히 GMO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행육종 방법으로 만든 제초제나 살충제 저항성 작물 역시 다른 종들에게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자연에 없는 식물을 만든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GMO에 대해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갖는데, 과학적으로 면밀히 따져보면 관행육종 방법으로 생산된 식물에도 있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생물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5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초제 저항성 GMO 작물들이 생물 다양성을 해치지 않으며, 오히려 곤충의 다양성을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작물의 다양성은 GMO 작물의 재배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어떤 작물을 키웠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Q. GMO는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로버트: 기아 문제는 전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GMO 작물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바나나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바나나가 과일이 아니라 식량이다. 우간다는 아프리카에서도 바나나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1990년대 말, 우간다에서는 해충에 의해 상당수의 바나나 나무가 죽었다. 하지만 해충에 저항성이 있는 GMO 바나나 묘목을 제공한 지 2년만에 2배  이상의 바나나를 생산했다(‘상업화된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세계적 관찰’, 1998년, 미국 코넬대).

이와 유사하게 해충은 고구마나 감자의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감자 기근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바킬루스 투린기엔시스라는 토양 박테리아의 살균성 단백질 유전자를 가진 GMO 감자가 개발됐지만, GMO를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 때문에 이것들은 시장에 팔리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렌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노먼 볼로그는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해 기아 문제를 완화시킨, 녹색혁명의 주인공이다. 그는 여러 품종의 밀을 교배육종한 ‘앉은뱅이 밀’을 개발해, 1960년 약 60%에 달하던 기아를 17%까지 감소시켰다. 지금은 교배육종이 아무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많았다.

수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은 여기까지다. 물론 GMO가 과학적인 안전성만을 확보한다고 해서 바로 시장에 나와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놀부의 곳간에 쌀이 많아지는 것이 흥부의 배부름을 보장할 수 없듯이 말이다. GMO와 관련한 논쟁은 사회, 국제 관계, 다국적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요인과 복잡하게 얽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의 행동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 먼저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알릴 필요가 있다”는 과학자들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렌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이런 행동이 상황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 GMO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 목표였다면, 아마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하는 편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방법을 택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글 : 최지원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Public domain, Ali chakera(F), [일러스트] 김태형

과학동아 2016년 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