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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ledge] 시체부패는 ‘2차 방정식’을 따른다?

죽음, 그 후 ➋

※ 주의 : 사람의 시체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와 사진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체농장에 들어오는 시신들은 모두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갖가지 형태로 기증되는 시신을 다루다보면 그들의 마음 아픈 사연에도 덤덤해지기 마련이지만 태아의 시신만큼은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태아의 시신은 물이 가득 찬 통에 넣고 뚜껑을 봉한다. 덩치가 작은 시신을 시체농장에서 썩히면 뼈를 잃어버리기 쉽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육탈(살이 썩어 뼈만 남음) 시킨다. 아무 첨가물 없이 수돗물만으로 육탈이 될까 했지만, 불과 일주일 새 태아는 수백 점의 뼛조각으로 변형됐다.


부패의 시작은 박테리아로부터

태아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망 후에 겪게 되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숨이 멈춰 우리 몸에 더 이상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세포의 산성도(pH)가 낮아지면서 세포 안의 리소좀이 소화효소를 분비한다. 이소화효소가 세포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던 세포막을 허물고 세포질 안의 물질을 세포 밖으로 흘러나오게 한다. 자기소화(autolysis)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시신의 이곳저곳에 물집이 잡힌다든지 표피와 진피가 분리되는 현상을 통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본격적인 부패는 몸 안팎의 박테리아에 의해 일어난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이미 여러 종류의 혐기성(산소 없이도 활동이 가능한) 박테리아를 몸속에 지니고 있는데, 생명 활동이 정지되는 순간부터 이 박테리아들은 우리 몸을 먹이로 삼는다. 체온이 낮아지고 면역 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우리 몸이 더 이상 박테리아의 활동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과 같이 평상시에 박테리아가 많이 모여 있는 부위는 그렇지 않은 부위보다 부패 속도가 빠르다. 몸
밖에 있던 호기성(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활동하는)박테리아는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부패를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 역시 상대적으로 부패가 일찍 시작된다. 대개 몸속 박테리아에 의한 부패가 몸밖의 박테리아에 대한 부패보다 더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시신의 부패 또한 ‘몸 안 → 바깥쪽’의 순서로 일어난다. 다만 시신이 꽁꽁 얼었다 녹은 경우라면 몸속의 박테리아가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몸 밖 → 안쪽의 순서로 부패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야외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추운 겨울을 겪은 시신인지 그렇지 않은 시신인지를 추론할때 도움이 된다.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몸속에는 황화수소나 메탄과 같은 가스가 쌓인다. 빠져나갈 곳이 없는 이 가스 때문에 시신은 한동안 부풀어 오르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고 생각할 정도다. 이렇게 크게 팽창하다보면 시신의 자세가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배가 커지면서 경사가 심한 곳에 놓인 시신은 아래쪽으로 굴러가기도 하고 입고 있던 옷이 가슴위로 말려 올라가거나 다리 쪽으로 말려 내려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성 시신이 발견된 경우에 종종 성범죄의 피해자로 오인받기도 한다.


시체부패섬과 버섯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 피부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신에 쌓여있던 가스와 부패 물질들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때가 시신이 부패하는 전 과정을 통틀어 냄새가 가장 심한 시기다. 부패 물질이 퍼져나간 시체 주변 영역을 시체부패섬(cadaver decomposition island)이라고 부른다. 부패 물질의 영향으로 이 부분의 풀들이 말라 죽기 때문에 눈으로도 그 경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체부패섬은 시간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나 미생물군집 구성 비율이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토양의 질소와 칼슘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로 인해 균류가 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체농장에서도 특히 봄가을에 수십·수백 송이의 버섯이 모여 신기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버섯은 암매장된 시체를 찾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시체농장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버섯 무리를 보면 일단 먹어도 되는 건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그 버섯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설명을 듣고 나면 대부분은 버섯을 만지는 것조차 꺼리곤 했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의 시신이 공통으로 겪는 운명은 여기까지다. 이후에는 온도나 습도, 곤충 활동 등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시신이 완전히 뼈만 남을 수도 있고(백골화), 연조직이 딱딱하게 말라서 미라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시체농장에서 시신을 덮는 데 사용하는 검정 비닐이 햇빛을 가려줌으로써 곤충 활동을 도와 결국에는 시신이 백골화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햇빛을 가린다고 면 소재의 천을 덮어놓게 되면 시신은 미라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면이 시신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해 결국 시신을 빨리 건조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과 부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면 시신의 사망 시점을 추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패방정식 만드는 최신 연구

법의인류학자들은 시체의 부패 과정을 적게는 4단계, 많게는 20여 단계로 구분한 후 각 단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보통 사후 72시간 정도까지는 체온의 하강 정도나 근육의 굳은 정도, 위장의 음식물 상태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시체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부터는 주로 법의곤충학이나 법의인류학적 분석에 의존한다.

최근에는 질적 연구보다 양적 연구를 중요시해 부패 과정에 개입하는 변수를 효과적으로 수량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예를 들어 시간이라는 변수 대신 시간과 온도를 결합한 ‘누적온도일(accumulated degree days, ADD)’이라는 변수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러 신체부위의 부패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종합신체점수(total body score, TBS)’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필자와 같은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법의인류학자인 메리 메기에시 박사는 2005년, 당시로선 획기적인 논문 한 편을 발표했다. 머리와 몸통, 사지의 부패 정도를 기준으로 3~35점까지의 종합신체점수를 계산한 뒤 누적온도일과의 관계를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메기에시 박사의 방법론은 후속 연구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현재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다양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테네시대 법의인류학센터에서도 메기에시 박사의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를 위해 필자가 지난 몇 년간 모은 수십만 장의 시체 사진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망막의 유리체나 뼈 속의 구연산 성분, 맹장 속의 박테리아 군집, 시신 주변 흙의 화학 성분 등 시체는 물론 그 주변 환경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시체농장에서 진행하고 있다.

온도나 습도, 동물의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이 시신의 부패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할 때 특정 연구의 결과를 검증 절차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에만 여섯 군데의 시체농장이 있고 지역과 기후에 따른 시신의 부패 결과를 비교 검증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전북경찰청을 중심으로 사후경과시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장차 우리나라 기후와 생태 환경에 최적화된 사후경과시간 추정 모델을 구축하는 데 이 연구가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제2, 제3의 유병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후경과시간과 관련해 무의미한 논쟁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그들의 의지와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메기에시 박사의 점수체계

메기에시 박사는 시체 각 부위의 부패 정도를 기준으로 점수체계를 세웠다. 머리는 1~13점, 몸통은 1~12점, 사지는 1~10점으로 나눴다. 그 중 사지의 점수체계는 아래 표와 같다. 부패 정도를 보고 세 부위에 각각 점수를 매긴 뒤 더하면 종합신체점수가 된다. 각 부위별로 부패 정도를 판단하는 메기에시 박사의 방법론은 큰 주목을 받았다. 모든 부위가 동일한 속도로 부패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몸 전체를 이용해 시체의 부패 정도를 판단하는 경우 연구자들 간에 일관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세 부위의 점수를 더한 종합신체점수의 범위가 35점까지 늘어나게 돼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데 통계적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메기에시 박사가 만든 점수체계와 방정식을 개선·보완한 논문이 2005년 이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글 : 정양승
에디터 : 변지민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ARF, 정양승, [일러스트] 김대호

과학동아 2016년 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