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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아인슈타인이 남긴 마지막 퍼즐 풀었다


이번 발견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중력과 중력파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매순간 중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7세기에 아이작 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의 법칙은 중력에 관한 첫 번째 이론이다. 두 물체사이에서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으로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질량의 곱에 비례해서 커지며, 둘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칙은 우리 일상에서 중력에 의해 벌어지는 모든 운동을 정확히 설명한다.

뒤틀리고 흔들리는 시공간을 발견하다

뉴턴의 법칙은 중력을 물체와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기술한다. 하지만 이 힘이 어떤 방식으로 각각의 물체에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게다가 뉴턴의 중력은 강한 중력장이나 빛에 가까운 속도에서 잘 들어 맞지 않는다. 예컨대 질량이 지구의 33만 배가 넘는 태양과 수성의 운동을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기술하면, 수성이 태양 주위를 일정한 타원 모양의 궤도로 돌아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는 다르다.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약 43초(1초는 각도 1°의 3600분의 1)씩 알 수 없는 이유로 움직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뉴턴이 중력 법칙을 만들면서 세운 전제에 의심을 품었다. 뉴턴은 물체를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물체의 존재와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대상이라고 봤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그게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 지구와 우주에서 성립하는 중력 법칙인 일반상대성이론이 출발한다.

지금이야 빛의 속도가 누가 보든 같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사실이었다. 게다가 빛의 속도가 관측자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과 지상에서 동시에 특정한 빛의 움직임을 관찰한다고 생각해 보자(오른쪽 그림).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면 뭔가 혼란스러워진다.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속도로 이동했는데 관측자가 본 빛의 궤적은 다르다. 직선과 곡선이다. 이동한 거리가 달랐다는 말이 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인슈타인은 물체의 가속운동에 의해 빛이 이동하는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도 느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속운동은 중력에 의한 운동과 같은 의미라는 것도 깨달았다.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둥둥 떠다니던 사람은 우주선이 같은 가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면 지구에서와 똑같이 우주선에서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다. 즉, 질량(중력)을 가진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된다. 이 영향력이 거리에 따라 세기가 변하면서 다른 물체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다시 설명한 중력은, 바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공간을 휘게 만들면서 생기는 힘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를 담은 방정식을 계산해 수성의 근일점이 100년에 43초 움직인다는 답을 얻었다. 또 태양 정도의 질량이 되면 그 중력으로 시공간을 구부려서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밝혔다. 실제로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 5월 29일 발생한 일식 전후의 별의 위치를 관측해서 빛의 경로가 휘어진 것을 확인했다.

근일점 타원궤도에서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
 
자, 이제 마지막이다. 태양이나 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천체는 질량의 변화가 거의 없다. 따라서 중력은 물론 주변 시공간의 변화도 없다. 하지만 별이 폭발하는 현상인 초신성처럼 질량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중력이 요동친다. 질량의 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하면서 시공간이 휘는 양상이 변하고, 그 양상의 변화가 공간을 따라 퍼진다. 마치 고요한 수면 위에 돌을 던졌을 때처럼 주변 시공간을 뒤흔들며 중력의 변화(에너지)가 전파된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이런 현상을 예측했고, 그것이 바로 지난 100년간 발견되지 않은 중력파다.



블랙홀 충돌, 지구의 시공간을 흔들다

데이비드 라이츠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라이고(LIGO·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관측소에서 2015년 9월 14일(현지 시간) 중력파를 포착했다. 그리고 이번 발표까지 수개월 동안 철저히 검증했다. 검출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국제적으로 1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만큼 입단속이 쉽지 않았다. 이미 9월부터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중력파 검출과 관련한 루머가 떠돌았고, 올해 1월에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되기 시작했다. 공동연구팀에 포함된 14명의 한국 과학자들도 9월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끝까지 비밀을 지켰다. 오상훈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친한 친구가 물어봐도 답을 해줄 수 없어 괴로웠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내용은 떠돌던 소문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는 동안 발생한 중력파를 포착한 것이었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서 하나의 블랙홀을 만드는 현상 역시 이론적으로만 예측해 왔는데, 이번에 처음 실제로 관측했다. 연구팀은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태양 질량의 약 3배 정도에 달하는 질량이 에너지로 변해 중력파로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시공간의 요동이 잔물결처럼 변해 지구까지 이어졌고, 라이고 관측소가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원의 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감마선 폭발 현상에서 나오는 것보다 크다”며 “아마도 인류가 관측한, 빅뱅 이후 우주에서 발생한 가장 격렬한 사건들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11일 미국 워싱턴D.C. 기자회견장에서 감격에 겨워 포옹하고 있는 라이고 설계자들.2월 11일 미국 워싱턴D.C. 기자회견장에서 감격에 겨워 포옹하고 있는 라이고 설계자들.

이제 중력으로 우주를 본다

중력파 관측이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폭은 획기적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이전까지 빛이라는 ‘한쪽 눈’만으로 우주를 봤다면, 이제 중력까지 포함해 ‘두 눈’으로 우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약400년 전 망원경을 발명한 뒤부터 인류가 우주를 관측해 온 수단은 전자기파가 유일했다. 우주의 천체로부터 나오는 가시광선과 엑스선, 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를 통해서만 우주를 볼 수 있었다. 전자기파가 나오지 않는 대상이나 영역은 관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블랙홀의 정체도 주변에 전자기파를 내뿜는 천체가 있을 때만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블랙홀의 경우 지금까지 그 외부(빛이 탈출할 수 있는 범위 밖)만을 간접적으로 관찰했다면, 이제는 전자기파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질량이나 자전 여부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김정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연구원은 “빛으로는 10년 정도 간접적인 관측을 해야만 블랙홀의 질량을 잴 수 있고, 그마저도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가 되는 거대 블랙홀만 가능하다”며 “중력파로는 태양 질량의 30~50배 정도의 (작은)블랙홀까지 발견할 수 있고, 관측과 동시에 질량 등의 특징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빛이 거의 나오지 않아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중성자별의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중성자별은 대부분 중성자로 이뤄져 있고, 쿼크와 파이온 등의 입자들이 일부 섞여 있다. 20km 안팎의 지름에 태양의 2배나 되는 질량을 담고 있을 정도로 밀도가 높은 무거운 별이다. 천문학자들은 두 개의 중성자별이 짝을 이뤄 돌다가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의 특징을 분석하면 별을 이루는 입자들의 구성 성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거운 별이 어떻게 생성되고 진화하는지를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천문학계는 이번 성과를 ‘중력파 천문학’ 혹은 ‘멀티메신저 천문학’의 문을 여는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별에서 오는 중력파와 중성미자, 빛을 모두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제 지구상에서 인간이 만든 기계로 별의 내부와 외부를 다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초기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생겨난 뒤 38만 년까지의 시기는 우주 공간을 가득 채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입자가 마치 모래바람이나 안개처럼 빛을 산란 시켜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측할 수 없게한다. 하지만 물질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중력파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의 역사를 따라 지구까지 도달한다. 따라서 우주 초기에 생성된 입자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었는지 마치 세계지도를 그리듯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은하가 만들어지고, 우주가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유럽우주국(ESA)이 2015년 12월 3일 발사한 인공위성 리사패스파인더의 모습. 우주에서 중력파를 검출할 리사 위성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점검용 위성이다.유럽우주국(ESA)이 2015년 12월 3일 발사한 인공위성 리사패스파인더의 모습. 우주에서 중력파를 검출할 리사 위성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점검용 위성이다.

우주 초기에 생긴 중력파는 진동수가 아주 작아서 그보다 높은 진동수 검출에 특화된 라이고 관측소에서는 측정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또 다른 연구팀이 남극에 설치된 ‘바이셉2’라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 초기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했으나, 얼마 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에 인공위성 세 개를 쏘아 올려서 우주 초기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e리사(eLIS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블랙홀 중력파 측정으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규 교수는 중력파 발견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입자와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입자물리학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인 중력과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 우주초기에 통합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표준모형’이라는 이름으로 중력을 뺀 나머지 세 힘을 통합적으로 기술하는 데 그치고 있다. 만약 우주 초기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되면 힘의 통합과 관련된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우주의 95%를 채우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도 중력파로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다.

앞으로 더 많은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지면 인류는 우주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눈을 갖게된다. 라이고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프랜스 코르도바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이제 새로운 창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과연 중력으로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또 앞으로 어떤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져 나올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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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100년만에 증명된 아인슈타인의 예언 중력파
Part 1. 아인슈타인이 남긴 마지막 퍼즐 풀었다
Part 2. 중력파 ‘ 최초 발견’을 넘어
Info. 중력파 어떻게 관측했나
Part 3. 55년의 도전 새 시대를 열었다
글 : 최영준 과학동아
이미지 출처 : Scientific Computation: Ed Seidel, AEI, NCSA, Visualization: Werner Benger, ZIB/AEI/CCT/AHM, The S×S Project, NASA, Kathy Svitil/Caltech, ESA-P. Sebirot, 2015

과학동아 2016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