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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귤나무로 바뀔까

위에 저 소나무, 귤나무로 바뀔까



우리나라의 미래 기후는 어떻게 바뀔까. 기상청에서는 지난해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펴냈다. IPCC 제5차 보고서에 반영된 RCP 시나리오 중 4.5와 8.5 시나리오를 적용한 것이다. 이 중 RCP 8.5 시나리오를 통해 2071~2100년 한반도 기후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보자.

 


보옴 여어르음 가을 결…, 계절이 바뀐다

지난달(10월) 중순, 한낮에도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더웠던 날씨가 비가 한 차례 내리자마자 순식간에 추워졌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장롱 깊숙이 넣어둔 패딩 점퍼를 벌써 꺼내들었다.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을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가을이 사라지는 것일까.

RCP 8.5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라 가을이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그나마 가을은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겨울을 좋아한다면 특히나 속상할 것 같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겨울로 분류할 수 있는 날이 고작 7일뿐이다. 겨울이 줄어든 만큼 봄과 여름이 늘어난다.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기온이나 옷차림이 바뀌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자라는 작물이 바뀌고, 식생활이 바뀐다. 오랫동안 키워왔던 작물이 갑자기 자라지 않을 수도 있고, 비닐하우스나 온상을 이용해야만 했던 작물을 아무런 설비 없이 키울 수도 있게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귤나무로 바뀐다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바위 틈에서 꿋꿋이 자라나는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20%를 차지하는 흔한 나무다.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나올 정도로 고결한 절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21세기 후반에는 남산에서 소나무를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한반도가 2071~2100년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금처럼 온실 기체를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현재(1981~2010)보다 북한은 6℃, 남한은 5.3℃ 정도 기온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온실기체를 지금처럼 배출하면 식물성장기간이 지금보다 한 달 이상 늘어난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내륙보다는 해안지역으로 갈수록 길어진다. 본래도 식물성장기간이 길었던 전남과 경남은 각각 약 340일, 332일까지 늘어나 현재보다 약 20%가량 길어진다.





기온이 올라가고 식물성장기간이 늘어나면 재배할 수 있는 작물 종류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은 21세기 중반에 이미 감자를 재배하기엔 지나치게 따뜻한 기후가 된다. 감자로 유명한 강원도는 21세기 후반에는 감자를 재배할 수 없고, 포도와 수수가 재배 가능하게 된다. 그때쯤이면 우리나라는 북한 북부나 러시아처럼 우리나라보다 훨씬 기온이 낮은 곳에서 감자를 거의 전량 수입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사라지는 날이 올까. 2010년 한국임학회지에 이우균 고려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중부지방 소나무와 참나무의 생장량과 지형, 기후 관계를 조사한 이 논문은 기온이 오를수록, 강수량이 많을수록 소나무 생장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 한반도의 강수량은 지금보다 18% 증가한다. 기상청은 21세기 말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평양의 평균기온이 현재 제주 서귀포시의 평균 기온인 16.6℃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산 정상에서 소나무가 아니라 귤나무를 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세기말 한반도, 후끈 달아 오른다

한낮이 끓어오르는 스페인에는 ‘시에스타’라는 낮잠 풍습이 있다. 21세기 후반, 한반도에도 이런 풍습이 생겨날지 모른다. 지금 추세로 온실기체가 증가한다면 열지수가 지금보다 두 배 가량 높아지기 때문이다. 열지수는 일사병이나 열 경련처럼 여름철 더위가 건강에 위협을 주는 정도를 나타낸 지수다.

서울의 경우 21세기 초반(2011~2040)에는 열지수가 32~33정도로 ‘주의’ 단계다. 그러나 21세기 후반엔 다르다. 온실기체가 누적되면서 열지수가 점점 높아진다.

기온이 신체건강에 위협을 주는 정도가 열지수라면 정신건강에 위협을 주는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불쾌지수다. 온습도 지수인 불쾌지수는 체감 날씨를 나타내며, 80이 넘으면 업무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런데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래 서울은 여름철에 일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린다. 2020년 쯤 이미 불쾌지수가 평균 79.8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에어컨을 끼고 살 수밖에 없다. 에어컨을 돌리기 위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또다시 온실기체가 배출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21세기 후반에 서울의 불쾌지수는 85.6으로 사소한 일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올해 불쾌지수가 80 넘게 치솟았던 강원도 지역은 경찰에 신고된 하루 폭력 사건만 30여 건이 넘었다. 강원도보다 인구가 6.6배 많은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 기후는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 여름엔 폭염이, 겨울엔 강추위가 왔으며, 봄과 가을은 짧아졌다. 초여름마다 물난리를 겪게 했던 장마와 늦여름·초가을에 몰려왔던 태풍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IPCC의 다섯 번째 보고서는 온실기체 감축 정책에 따라 얼마나 기후변화 결과가 달라지는지를 보였다. 과연 미래 기후는 어떤 시나리오를 따라갈 것인가. 반팔 티셔츠와 패딩 점퍼가 동시에 보이는 창밖의 광경을 보면서 수 년 뒤 기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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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가희 solea@donga.com

과학동아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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