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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GIST, 칼텍과 손잡고 노벨상 꿈꾼다





9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광주과학기술원(GIST) 오룡관에서는 GIST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들이 지난 1년간 공동 연구해온 성과를 발표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칼텍은 설립 후 100여 년간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의 명문 공과대학이다. 연구의 최종 결과물은 2년 뒤 GIST와 칼텍이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칼텍이 대학 차원에서 미국 외의 다른 나라 대학과 공동연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곳은 어느 곳이 될까. 지난해 기자가 취재차 GIST를 여러 번 들렀을 때 받은 인상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자 하는 야심이 무척 큰 곳’이었다. 앨런 히거 박사(2000년 노벨 화학상 수상), 토머스 스타이츠 박사(2009년 노벨 화학상 수상)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을 연구소장으로 영입해 노벨상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 곳이 바로 GIST였다.

GIST는 이번엔 미국 칼텍과 손을 잡았다. 칼텍은 설립 후 32개의 노벨상(31명 수상, 1명 2회 수상)을 휩쓴 미국 명문 공과대학이다. GIST와 칼텍의 공동연구는 2012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대학은 각 대학 교수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공동 관심 분야와 주제를 검토한 뒤 교수들을 일대 일로 짝지었다. 총 4팀(GIST 4명, 칼텍 4명, 총 8명)이 최종 선정됐다. 지난 9월 9일 열린 워크숍은 1년간의 성과를 발표하는 첫 자리였다.







유산균으로 아토피 잡는다

4개 연구팀의 연구과제는 신소재공학에서부터 생명공학, 나노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200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버트 그럽스 칼텍 교수와 이재석 GIST 교수는 새로운 고분자 물질 합성법을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고분자 물질은 친환경에너지를 만드는 유기태양전지, 유연한 LED 등의 신소재에 쓰일 예정이다.

사알키즈 마즈마니안 칼텍 교수와 임신혁 GIST 교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억제제를 통해 치료했는데 부작용이 심했다. 마즈마니안과 임 교수는 유산균과 같은 세균을 이용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새 길을 찾고 있다.

창후에이 양 칼텍 교수와 정의헌 GIST 교수는 생체조직 안으로 빛을 집중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조직에 대한 고해상도 광학 이미지를 얻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조직 깊숙한 곳을 파괴하거나 제거하는 데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절개 없는 레이저 수술로 정밀 암치료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노기술로 각막을 재생하는 연구는 줄리아 콘필드 칼텍 교수와 태기융 GIST 교수가 맡았다. 각막이 심각하게 손상되면 현재까지는 이식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콘필드 교수와 태 교수는 나노기술로 각막 질환의 진행을 막고 조직을 재생시킬 방법을 개발 중이다.







칼텍 노벨상 비결은 신뢰와 여유로움

첫날 워크숍을 마친 후 사알키즈 마즈마니안 교수와 임신혁 교수에게 공동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두 사람의 공동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마즈마니안 교수와 임 교수 모두 “상호보완적으로 서로의 연구를 돕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예로 마즈마니안 교수가 연구 중인 박테리아는 면역력을 완화시키는 특정한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임 교수는 이 물질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작을 밝히는 것을 돕고 있다. 두 교수는 “이번 공동 연구 성과를 저명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에 의지하는 것 없이 각자가 자긍심을 갖고 전문 분야에서 서로를 돕고 동시에 경쟁하며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칼텍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GIST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임 교수는 “칼텍의 최고급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우선 큰 도움이 된다”며 “세계 우수 대학과의 공동연구는 학생들에게 커다란 동기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칼텍에는 어떤 숨겨진 비결이 있는지를 물었다. 임 교수는 “칼텍은 연구자들에게 결과를 독촉하는 대신 신뢰를 보낸다”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수들 간에 경쟁 대신 협력이 싹튼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탄탄한 기초과학과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가 노벨상의 비결”이라 덧붙였다.



 
글 : 이우상 idol@donga.com

과학동아 201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