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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42° 고개를 들면 무지개가 보인다



“우와, 정말 예쁘다~!”
6월 16일 일요일 오후 5시. 7월호 과학동아 마감 작업이 한창인 편집실에 탄성이 울렸다. 비가 오지 않은 화창한 날씨인데 선명한 무지개가 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쌍무지개였다. 지금부터 과학동아 편집실에 뜬 무지개의 비밀을 따라가 보자.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경이 속에는 장관이 숨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대부분 지나친다. 대표적인 예가 ‘무지개’다.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무지개를 다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1세기 이슬람의 과학자이자 수학자로서 ‘광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븐 알하이삼과 아이작 뉴턴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은 천 년에 걸쳐 무지개의 기원을 설명하려고 했다. 무지개의 비밀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일단 물방울 하나를 보자. 빛줄기가 물방울에 들어가 뒷면에서 반사돼 앞면으로 나오면 모든 색깔로 나뉜다. 이 때 빨간 빛은 처음 들어갔던 빛과 최대 42°, 보라 빛은 최대 40°를 이루며 되돌아 나온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 각도가 무지개의 ‘마법수’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만약 어떤 물방울이 햇빛이 지면으로 오는 직선과 42°를 이루는 곳에 있다면, 우리 눈에는 빨간 빛이 들어온다. 마찬가지로 어떤 물방울이 햇빛이 지면으로 오는 직선과 40°를 이루는 곳에 있다면, 우리 눈에는 보라 빛이 들어온다. 따라서 무지개는 햇빛이 지면으로 오는 직선과 40°~42°를 이루는 곳에 생긴다.

그럼 다른 각도에 있는 물방울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40°보다 작은 각도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빛은 모두 섞여 흰빛으로 보인다. 반면 42°보다 큰 각도에 있는 물방울에서 나오는 빛은 우리 눈에 도달하지 못해 어둡게 보인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무지개 사진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보라색 띠 안쪽은 밝고 빨간색 띠 바깥쪽은 어둡다.


세쌍무지개의 비밀은 바로 ‘소금물’

과학동아 편집실에 무지개를 선물하기 위해 오후 5시를 골랐다. 16층 과학동아 편집실에는 서쪽을 향해 커다란 통유리창이 있다. 해질 무렵, 햇빛이 가장 적당한 각도로 들어온다. 무지개를 선명히 보기 위해 사무실 불을 모두 껐다. 창문으로 다가가 해를 등지고 서서 머리 그림자를 찾고, 해와 그림자의 머리 꼭대기를 잇는 ‘가상의 직선’을 상상했다.

그 가상의 직선과 눈이 42°를 이루는 곳을 찾았다. 해가 높게 뜬 정오에는 무지개가 발 근처에 생기겠지만, 지금은 그림자가 길게 진 시간이라 무지개가 높게 뜰 것 같다. 거기에 사정없이 물을 뿌렸더니 무지개가 나타났다! 무지개에 충분히 다가서면 끝자락에 손을 댈 수도 있다. 물론 물 맞을 각오는 해야 한다.

무지개는 왜 휘어 있을까. 다시 마법수로 돌아가 보자. 햇빛이 지면으로 오는 가상의 직선에서 모든 방향으로 42°가 되는 부분을 따라가 보면 둥근 원이 된다. 하늘에 뜬 무지개가 원호 모양인 것은 나머지 부분이 지평선이나 구름에 가렸거나 하늘에 충분한 물이 없기 때문이다. 가상의 직선을 중심으로 42°가 되는 곳을 짚어가며 360°로 한 바퀴 돌면서 물을 뿌렸더니 동그란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앗, 잠깐. 생각지도 못한 쌍무지개가 생겼다! 무지개 바깥쪽으로 아주 흐릿한 제2무지개가 보였다. 제2무지개는 물방울에 들어간 빛이 뒷면에서 한 번 반사된 뒤, 앞면으로 돌아와 빠져나가지 않고 한 번 더 반사돼 뒷면으로 빠져나간 빛으로 만들어진다. 한 번 반사된 빛보다 양이 적기 때문에 더 흐리다.

제2무지개가 제1무지개 바깥쪽에 만들어지는 이유는 빨간 빛과 보라 빛이 각각 50°, 53°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1무지개 바깥쪽으로 10° 정도 높은 곳에서 찾아야 한다. 두 번 반사됐기 때문에 색깔 순서는 제1무지개와 반대다.

쌍무지개까지 만든 기자는 흥분했다. 곧 세쌍무지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제3무지개가 있을까. 만들어지더라도 아마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방울 안에서 빛이 세 번 반사되면 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다가 제2무지개보다 더 흐리고 크기 때문이다. 제3무지개를 촬영한 사진이나 실제로 보았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다른 용액을 쓰면 어떨까. 소금과 물을 1:1로 섞은 소금물을 함께 뿌려봤다. 드디어 세쌍무지개가 떴다! 바로 물의 굴절률(1.33)과 소금의 굴절률(1.54)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금물은 빛이 더 많이 굴절되기 때문에 일반 무지개 안쪽에 더 작게 생긴다. 조건을 잘 맞추면 일반 쌍무지개와 소금물 쌍무지개, 이렇게 동시에 총 네 개의 무지개도 볼 수 있다(동영상 참조).




물방울 없이 만드는 ‘유리무지개’

물방울이 없고 각도가 42°보다 작아도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유리무지개’다. 투명한 유리구슬과 가로 세로 각각 30cm 정도의 검은 판지, 투명한 분무접착제만 있으면 된다. 유리구슬은 지름 0.1~0.25mm정도의 설탕처럼 생긴 ‘유리구슬 분사제’여야 한다. 분무접착제를 검은 판지에 뿌리고 유리구슬을 ‘솔솔솔’ 뿌렸다.

유리구슬이 판지에 달라붙는지 확인한 뒤, 판지를 잡고 가볍게 ‘통통’ 튕기면 유리구슬이 골고루 퍼진다. 촘촘할수록 더 선명한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완성된 판지를 들고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유리창을 등진 뒤 조심조심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갑자기 선명한 유리무지개가 나타났다! 머리 그림자를 완벽하게 둘러싼 원형 무지개였다. 후광이란 이런 것일까? 정말 짜릿했다! 연달아 감탄사를 내뱉자 마감 작업을 하던 기자와 디자이너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유리무지개의 아름다움에 모두 넋을 잃었다.

유리무지개의 마법수는 21°~28°다. 유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이 각도로 그려지는 무지개가 판지 안에 쏙 들어오는 곳까지 다가가야 유리무지개가 보인다. 판지를 세워두고 뒤로 갔더니 유리무지개는 커졌고 판지에 다가갈수록 작아졌다. 더 가까이 다가가니 두 개의 원형 무지개가 서로 겹친 모양을 볼 수 있었다. 두 눈이 각각의 제1무지개를 본 것이다. 한쪽 눈을 감으면 한 무지개가 사라지고 다른 쪽 눈을 감으면 다른 무지개가 사라졌다.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니 무지개도 따라서 움직였다. 안타깝게도 카메라는 눈이 하나기 때문에 하나의 무지개 밖에 찍을 수 없었다.




달무지개 아래서 사랑을 속삭여볼까

무지개는 매우 다채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는 하늘이 미소를 짓는 듯 거꾸로 걸린 ‘천정호(circumzenithal arc)’다. 물방울이 아닌 구름 속 얼음알갱이에서 빛이 굴절돼 만들어진다. 하늘에 보송보송한 솜털 구름이 있을 때는 구름 모양에 따라 흩뿌려진 ‘수평호(circumhorizontal arc)’가 생긴다.

깜깜한 밤에도 무지개가 생긴다. ‘달무지개(moonbow)’다. 달빛은 결국 달에 햇빛이 반사돼 오는 것이기 때문에 하늘에 물방울이 충분하다면 무지개가 생긴다. 다만 달빛이 아주 밝아야 한다. 보름달이 환한 밤, 해변이나 분수 근처를 지나고 있다면 달무지개를 꼭 찾아보자.

안개 속에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안개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아닌 ‘하얀 무지개’다. 물방울의 지름이 40μm(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보다 작을 때 각 색깔의 빛들은 아주 넓게 퍼지는데, 색깔이 완전히 겹쳐져 흰색이 된다. 안개는 이렇게 작은 물방울들로 이뤄져 있어서 하얀 무지개를 만들어내지만, 실제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안개무지개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여행 다녀오는 새벽의 강변길, 물안개가 밀려온다면 차를 안개로 향하게 하고 헤드라이트를 켜 보자. 만약 운이 좋으면 안개무지개를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무지개를 찾고 싶은 충동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무지개가 언제 나올지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뛰어난 직관을 갖고 있다. 그 느낌을 믿어보자. 습기가 가득한 날, 해와 머리를 잇는 가상의 직선 주변 42°를 찾는다면 경이로운 빛의 축제를 함께할 수 있다.

글 : 글 우아영 기자 | 도움 이세연 명덕고 교사

과학동아 2013년 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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