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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계속 정신팔면 ‘모쏠’ 됩니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제가 병원에서 스마트폰 못쓰게 하느라 얼마나 힘든줄 아세요? 요즘 부모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애들이 아침에 못 일어나요. 밤에 스마트폰 하니까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인간관계도 서툴러지죠. 얼마 전에 한 고등학생이 찾아왔는데 스마트폰을 갖고 놀다 스포츠도박에 중독됐어요. 스마트폰을 일주일동안 못 쓰게 했는 데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하더군요.”

왜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거죠?
“스마트폰은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강해요. 또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이 잘 되죠. 중독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쾌락 물질이 나와 생기는 건데 어렸을 때 잘 나오고 끊기도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쥐어줘요. 초등학교 저학년은 한 달 정도면 강제로 뺏어서라도 끊게 할 수 있어요. 5학년만 되면 뺏는 게 불가능해요. 설득하고 동의를 받아야 겨우겨우 줄일 수 있죠.”

스마트폰을 자꾸 쓰면 뇌가 어떻게 됩니까?
“한마디로 정보의 소화불량이죠. 뇌에 정보를 넣는다고 자기 것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음식과 마찬가지예요. 입에 넣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소화를 시켜야 해요. 뇌가 정보를 소화하는 시간이 자는 시간이나 멍 때리는 시간이에요.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계속 뭐 하잖아요. 수업 듣고 인터넷강의 듣고 스마트폰 보고. 뇌가 쉴 틈이 없어요. 당연히 뇌에 과부화가 걸리고 집중력도 떨어지죠. 스마트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3년쯤 됐는데 스마트해지는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불편해졌어요.”


어떻게 해야 잘 ‘멍때릴’ 수 있나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면 돼요. 버스를 타면 그냥 바깥을 보세요. 간판 이름을 읽어도 좋고, 경치를 봐도 좋아요. 알아서 멍 때리게 됩니다. 스마트폰 생기기 전에는 멍 때릴 시간이 많았어요. 멍 때리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을 연결하고 그러면서 일하는 거죠. 지금은 먹고 또 먹고 계속 먹고 하는 거예요.”

스마트폰이 인간관계를 망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으로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나요? 사람이란 직접 만나서 말하고 듣고 상대방 반응도 보고 맞춰도 주고 해야 진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맺는 거예요. 의사소통에서 메시지 자체가 차지하는 건 얼마 안 돼요. 얼굴 근육이 40개가 넘고 표정은 1000개가 넘어요. 그 모든 걸 자연스럽게 알도록 인간이 진화된 거잖아요. 그런데 카카오톡은 대화를 퇴화시키고 있어요. 가스렌지가 있는데 부싯돌로 불 켜려고 하는 거죠.”

혹시 교수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도 쉽지는 않아요.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진료할 때는 스마트폰 안 봐요. 환자가 죽고 싶어요, 그러는데 보면 안 되잖아요. 이걸 일반화하면 중요한 사람과 있을 때는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해요. 내가 이야기하는데 상대방이 날 안보면 기분 나쁘잖아요. 요즘엔 모임에 가서 다 스마트폰 해요. 왜 모였어요? 결국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게 소홀해지죠.”

(갑자기 신 교수의 아이가 궁금해졌다. 신 교수는 첫째는 군 복무 중이며, 둘째는 고2 여학생인데 피처폰만 있다고 한다. 너만 소외되지 않니, 하고 물었더니 중요한 건 문자로 받으면 되고 스마트폰 있으면 공부할 때 방해만 된다고 했단다. 하지만 친구가 많고 활발하다고 한다.)

청소년 시기에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사람에게 친밀함을 느끼나요? 내가 얘기하면 들어주는 사람, 내 기분 알아주고 맞춰주는 사람, 다정한 사람이죠. 친구 못 사귀어서 병원에 오는 아이들이 이런 과정에 문제가 있어요. 자기 얘기 하느라고 상대방에게 관심도 없고 상대방을 봐도 눈치가 없어요. 감정기복 심하고, 까칠하고, 자기중심적이고…, 누구라도 싫어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애들은 이걸 설명하지 않으면 모르는 애들도 많아요. 이런 아이들이 사람과 직접 만나기 어려워해서 스마트폰 대화에 빠지게 돼요.

그런데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도 공부 잘 하면 부모들이 여기 안 데려와요. 사회성이 없지만 공부는 잘 하니까 안심하는 거죠. 하지만 나중에 직장 가서 문제가 더 커지죠. 차라리 공부 못하면 데려와서 치료 받고 사회성이 좋아져요. 공부보다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려 잘 놀고 있는지 스마트폰에 너무 빠진건 아닌지 그걸 먼저 살펴야 해요.”

글 : 글 김상연 기자 | 사진 이서연

과학동아 2013년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