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서류-면접만으로 100% 선발

KAIST vs. 포스텍 입학사정관제 전격 분석

9월 두 대학은 올해 주요 전형에 돌입한다. 즉 KAIST는 정원의 70%가 넘는 750명을 일반 전형으로 뽑고, 포스텍은 정원 전체인 300명을 수시 전형으로 선발한다. 이 두 전형은 9월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KAIST는 12월, 포스텍은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KAIST와 포스텍의 주요 전형인 입학사정관제를 속속들이 파헤쳤다.

KAIST, 서류와 심층면접으로 1020명 뽑아

올해 KAIST는 학교장 추천, 일반, 외국고, 영재고라는 4종류의 전형을 통해 모두 97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신입생 50명 내외를 뽑는 별도의 전형도 있기 때문에 한 해 총 입학정원은 1020명이라고 볼 수 있다.

평가방법은 각 전형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서류심사로 면접 대상자를 추린 뒤 심층면접으로 합격자를 가린다. 서류평가는 입학사정관이, 면접은 입학사정관과 면접위원으로 선정된 교수가 함께 평가한다.

입학사정관은 모두 6명이며 전직 교수, 이공계 연구원, 입시업무 경험이 풍부한 행정직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면접에는 KAIST 소속 교수 외에도 평가의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외부인사가 일부 참여한다. 올해 학교장 추천 전형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홍창선 전 KAIST 총장 등 사회저명인사들이 참여했다.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특허 보유자 합격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올해 처음 진행한 학교장 추천 전형은 이미 종료됐다. 지원자격은 인문계 혹은 전문계(실업계) 고교 출신자로 제한해 과학고,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검정고시 출신자는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전형은 1단계 ‘서류심사+방문면접’과 2단계 ‘심층면접’으로 이뤄진다.

1단계에서는 입학사정관이 해당 고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장과 교사, 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개별 면담을 한다. 심사대상이 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 학교장 추천서, 담임교사 의견서, 비교과영역 학생부이다. 학생부에서 교과 성적을 제외했다는 게 특징이다.

KAIST는 지난 5월 29일까지 원서접수를 실시해 전국 651개 고교에서 각 1명씩 추천을 받았다. 이후 50여 일 동안 입학사정관이 서류심사와 방문면접을 진행했고, 7월 16일 1단계 합격자 300명(최종합격자의 2배수)을 선발했다.

다음 단계인 심층면접에서는 인성면접과 그룹토론, 과제발표로 나눠 학생 1명당 30분 내외의 시간을 할애했다. KAIST의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성면접에서 영어면접도 실시했다. KAIST는 7월 23일 심층면접을 실시해 8월 7일 최종합격자 150명을 발표했다.



합격자 분포를 보면 농산어촌 출신 학생은 16명, 저소득층 학생은 15명이다.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80명(53.3%), 그 외 지역에서 70명이 뽑혔다. 성별로는 여학생이 60명(40%)이나 합격했다. KAIST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23%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형에서 여학생이 꽤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첫 실시된 이 전형에는 어떤 학생들이 합격했을까. 대체로 특정 분야에 영재성을 보이거나 독특한 경력을 가진 학생이 많았다. 서울 백암고 박병훈 군은 국내 특허 10개를 출원해 보유한 발명가다. 올 6월 초 중소기업청 주관 벤처창업경진대회에 자신이 직접 개발한 친환경 생태 방음벽, 도로 갓길 조경시설 등 생태조경물을 바탕으로 창업 계획서를 제출해 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전문계고인 부산 대진정보통신고에 다니는 조민홍 군은 2007년 국제로봇올림피아드 한국대회에서 대상인 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국제로봇올림피아드 세계대회에서 3등에 올랐다. 조 군은 초등 2학년 때부터 각종 로봇 관련 대회에 60번 넘게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부산의 한 인문계 고교를 다니던 그는 로봇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1학년 2학기 때 대진정보통신고로 전학했을 만큼 로봇 분야에 몰두했다.

이 밖에도 컴퓨터 관련 자격증 13개를 취득했으며 빌 게이츠와 같은 CEO가 되는 것이 꿈인 충남 아산고 김성영 군, 매달 한 번씩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동국대 사대부고 오장섭 군도 최종 합격자로 뽑혔다. 충남 공주 한일고 김남우 군은 고교 수준의 수리과학 논술집과 수학이론집 같은 교재 2권을 펴낸 경력을 인정받았다.

일반전형 심층면접 방식 바뀔 수도

750명 내외를 선발하는 일반 전형은 1단계 ‘서류심사’와 2단계 ‘심층면접’으로 이뤄진다. 일반계 고교 출신은 물론 과학고나 검정고시 출신자도 지원할 수 있다. 제출 서류는 자기소개서, 담임교사 추천서, 수학 또는 과학교사 추천서, 전 학년 성적 자료(내신), 공인영어성적표(TOEFL, TOEIC, TEPS, IELTS),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 등이다.

우수성 입증자료는 연구보고서나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 성적처럼 본인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뜻한다. 수학 혹은 과학올림피아드, 각종 경시대회 수상경력은 명시적으로 가산점을 주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

서류심사는 지난해의 경우 내신,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수상실적, 우수성 입증자료, 공인영어성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1차 합격자를 선발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입학사정관이 서류심사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방식을 유지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1500여 명(2배수)은 심층면접 평가를 받는다. 지난 2년간 심층면접은 그룹토론 → 인성면접 → 과제발표의 순으로 진행됐다.

그룹토론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 ‘빙하기가 도래했을 때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역할’ ‘현재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처럼 과학적인 배경지식으로 인문 사회 현상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주제가 나온다. 과제발표는 ‘미래의 창의적인 과학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자질과 역량’ 같은 주제에 대해 5분 내외로 발표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대폭 바뀔 가능성이 있다. 오광주 입학정책팀장은 “심층면접 방식이 지난2년간 거의 비슷하게 진행돼 이를 대비한 사교육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내신 상위 등급을 받은 과학고 출신 일부가 불합격한 반면, 내신이 우수하지 않은 일반고 학생이 잠재력을 인정받아 최종합격하는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다. 또 서류심사에서의 열세를 뒤집고 최종합격한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14.5%를 차지했다. 지난해 최종합격생 5명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인문, 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와 신문 읽기를 즐기고, 마니아 수준으로 몰입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올해 전형은 9월 18~25일 원서접수, 10월 30일 1차 합격자 발표, 11월 23~28일 심층면접, 12월 11일 최종합격자 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이외에 외국고와 영재고 전형도 서류와 면접으로 선발하며 두 전형을 합쳐 70명 내외를 뽑는다. 외국고 전형은 고교과정 3년을 국내외 외국고에서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이나 이에 상응하는 시험의 성적표를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영재고 전형은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졸업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의 성격을 갖는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03년에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영재학교로 올 3월부터 KAIST 부설학교로 전환됐다.



포스텍, 정시 전형 폐지

포스텍은 올해부터 정시 전형을 폐지하고 입학 정원 300명 모두를 수시 전형에서 선발한다. 이는 곧 수능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수시에서 230명, 정시에서 70명을 뽑았다. 6명의 입학사정관과 12명의 교수사정관이 모든 전형에 참여한다. 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에서 지원 학과별 정원의 3배수를 뽑은 뒤 2단계 ‘면접’에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입학사정관은 전직 고등학교 교장, 수능 출제와 교과서 집필 경험이 풍부한 전직 수학교사, 상담심리 전문가, 해외 대학 출신 통계학 전문가, 10년 이상 입시를 담당해온 교직원 등 다양한 인력들로 이뤄져 있다.

교수사정관은 입시 사정 경험이 많은 정교수들이 담당한다. 손성익 포스텍 입학사정관실장은 “1999년부터 수시전형을 해왔기 때문에 서류평가와 면접 노하우가 풍부한 교수들이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자 한 명당 최소 2명 입학사정관 서류 검토

서류평가는 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 기타 우수성 입증자료 등을 대상으로 한다. 서류 각 항목을 점수화해 합산한 총점으로 줄을 세워서 합격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서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 혹은 불합격만 판단한다.

지원자 한 명에 대한 서류는 입학사정관 2명이 평가한다. 이때 입학사정관들은 서로가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모르게 진행된다. 만약 두 입학사정관이 현저히 다른 평가를 내렸다면 제3의 입학사정관이 다시 한 번 평가한다. 그 뒤 지원자의 지원 전공과 관련된 교수사정관이 마지막으로 검토한다. 이처럼 입학사정관이 서류를 최소 2번에 걸쳐 교차 평가(크로스체킹)한 뒤 입학사정관 전원이 참석하는 입학위원회에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교과지식 묻는 심층면접 실시

면접은 크게 잠재력면접과 심층면접으로 나뉜다. 잠재력면접은 인성 혹은 적성을 묻는 일반적인 면접에 가깝다. 손성익 포스텍 입학사정관실장은 “이공계 인재로서의 소양, 리더십, 성장 가능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묻는다”며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면서 좀 더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내용들을 중점적으로 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심층면접에서는 KAIST와 달리 수학과 과학에 관한 교과 지식을 묻는다. 하지만 서류평가에서처럼 구체적인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손 실장은 “교과 지식에 관한 면접은 예전부터 실시해 왔다”며 “과거처럼 점수로 줄을 세워 자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수학능력(修學能力)이 ‘있다, 없다’만 판단하는 근거일 뿐”이라고 밝혔다.

심층면접은 모든 면접대상자에게 반드시 실시하는 건 아니다. 수험생은 지원단계에서 심층면접으로 어떤 과목을 선택할 것인지 기입하게 돼 있다. 수학은 모든 지원자에게 필수이지만,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중 1과목을 택하면 된다. 지원자에게 심층면접을 실시할지는 전적으로 입학사정관과 교수사정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서류 검토 결과 수학 혹은 과학에 대해 교과지식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이에 관한 심층면접을 실시한다는 뜻이다. 수학만 볼 수도 있고, 과학만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수학과 과학 모두 볼 수 있다.

이 경우 면접 30분 전에 미리 문제를 알려준다. 수험생은 이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준비한 뒤 면접실에 들어가 20여 분간 평가를 받는다. 수험생이 풀이과정과 해답 등을 구두로 설명하면 면접관들이 이를 근거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실시된 수시면접에는 기본적인 개념을 묻는 질문부터 실생활과 관련되거나 시사적인 내용과 연결시키는 질문까지 다양한 성격의 문제가 출제됐다.

수학은 특정 변수의 값을 구하거나 어떤 명제를 증명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물리와 화학은 야구공의 운동량 변화, 물이 분출되는 호스 끝에 전기장을 걸었을 때의 변화, 물이 담긴 쟁반에 가솔린 몇 방울을 흘렸을 때 분자 간 힘의 변화처럼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과학 현상을 중심으로 물었다. 마찰 계수와 관련해 힘의 크기를 구하거나 화학 반응식을 두고 설명을 요구하는 기본 개념을 묻기도 했다.

생물은 지난해 최대 시사이슈 중 하나인 인간광우병을 주제로 6개의 질문이 출제됐다. 광우병의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됐는지,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상 프리온과 변형 프리온은 구조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처럼 전문지식을 알아야 대답할 수 있는 내용까지 물었다.

기출 문제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는 이 학교의 교내잡지 포스테키안(Postechian) 3,4월호 44~45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교 홈페이지(www.postech.ac.kr)에 접속해 ‘입학정보-대학입학정보’로 들어가면 누구나 볼 수 있다.



면접은 수험생 한 명에 면접관 2명이 배정된다. 또 면접 1회에 2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지원자에 따라 면접 소요시간이 제각각이다.

잠재력면접만 보고 심층면접은 면제될 경우 총 소요시간은 20분이다. 심층면접에서 한 과목만 볼 경우 잠재력면접 20분에 심층면접 20분을 더해서 총 40분 내외가 걸린다. 심층면접에서 수학, 과학 모두 봐야 할 경우의 소요시간은 60분 안팎이다.

면접 결과는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입학위원회에서 최종합격, 후보, 불합격 중 하나로 판정한 뒤 교무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

올해 전형은 9월 9~11일 원서접수, 10월 17일 1차 합격자 발표, 10월 21~24일 면접, 11월 6일 최종합격자 발표로 이어진다.
글 : 서영표 sypyo@donga.com

과학동아 2009년 09월호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