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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대학 GIST로 오세요!”

광주과학기술원 선우중호 원장

14년간 전 과목 100% 영어 강의 전통을 고수하며 SCI급 국제학술지에 대학원생 1인당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해 온 광주과학기술원(GIST).
GIST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학부생을 모집하며 제 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처음에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은 대학원 중심으로 설립됐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춰 국가 과학기술을 이끄는 훌륭한 인재를 키우려면 학부 교육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사회나 학계에 큰 기여를 하려면 지금 인원의 2배는 돼야죠.”

광주과학기술원 선우중호 원장은 10여 년의 노력 끝에 학사과정을 개설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GIST는 1993년 정부가 광주에 설립한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원인데, 지난해 정부로부터 학사과정 개설을 승인받아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학부생을 모집한다.

국내에서 14년간 전 과목 100% 영어강의 전통을 고수하며 대학원생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해 온 GIST는 학부를 개설하며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빛고을 광주 북쪽에 자리한 ‘과학기술인재 양성의 요람’ GIST를 만나보자.

학부는 미국 칼텍과 MIT 수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학부 교과과정을 그대로 도입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칼텍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며, 조만간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지난 2월 초 미국 동·서부 주요 대학을 방문하고 돌아온 선우중호 원장은 현재의 대학교육을 개혁하겠다는 구상을 마쳤다. GIST 학부는 교과 내용, 교수 방법, 평가 방법부터 기존 대학과 다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교수가 무얼 어떻게 가르치는지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평가해 강의의 질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매년 100명의 우수인재를 학과 구분 없이 뽑아 1, 2학년 때 자유전공 통합과정에서 기초 교육을 많이 시키려고 한다. 특히 미국 칼텍이나 MIT 수준으로 수학과 기초과학을 철저히 교육하고 창의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인문, 사회 소양교육을 강화하려는 게 GIST의 계획이다. 3, 4학년 때는 생명과학, 화학·소재, 전기전산, 응용물리 전공트랙을 제공한다.

입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전원 학비를 지원받고 해외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기초과목과 전공과정 전 과목은 영어 강의로 진행되며 10명 이내의 학생이 토론식 강의를 듣는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0:1이라 가능한 것.

선우중호 원장은 “인문·사회 과목은 사고의 다양성을 키우거나 폭넓은 생각을 하는 데 중요하다”며 “1인 연구 능력보다 공동 연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3, 4학년 때 배우는 전공과정도 대학원에 가서 심화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덧붙였다.

교수 1인당 논문 수, 국내 1위
그동안 GIST는 단기간에 국내 정상급 이공계 대학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얼마 전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포스텍 학술정보원과 함께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2년간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서 발표한 SCI급 논문을 분석한 결과, 교수 1인당 논문 수에서 GIST가 41.82편으로 1위에 올랐다. 또 GIST는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 분야에서도 지난해 5.6억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 수년째 국내 정상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교수뿐 아니라 대학원생의 연구성과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GIST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GIST는 대학원생 1인당 논문 수에서 2006년 0.62편을 기록해 전국 대학에서 1위에 올랐다. GIST는 이 분야에서 5년째 부동의 국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GIST 박사 졸업생의 연구활동은 눈부시다. 박사학위 과정에서 1인당 평균 6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 것. 이는 국내 일반대학 박사 졸업자가 SCI급 논문을 평균 1편도 못 내는 것에 비하면 탁월한 성과이며, MIT 같은 세계적 공대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 2월 18일 열린 ‘2008년도 학위수여식’에서도 GIST의 이 같은 전통은 이어졌다. 이날 학위를 받은 박사 22명은 1인당 평균 5.96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고, 이들 가운데 GIST 생명과학과 강길부 박사는 무려 23편의 SCI급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됐다.

초고출력 레이저에서 유기태양전지까지
GIST의 성공 비결의 하나는 특색 있는 소수의 학과로 승부를 건 데 있다. 설립 당시부터 정보통신공학과, 신소재공학과, 기전공학과, 환경공학과, 생명과학과처럼 첨단과학기술과 밀접히 관련된 5개 학과만 선택해 운영했다. 학과별로도 2~3개 전문 분야에 집중해 연구에 매진해 왔다.

학과와 더불어 고등광기술연구소, 히거신소재연구센터, 에틀수소·연료전지촉매연구센터, 과학기술응용연구소가 GIST를 이끌고 있다. 선우중호 원장은 “고등광기술연구소는 세계적인 레이저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며 “히거신소재연구센터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앨런 히거 교수가, 에틀수소·연료전지촉매연구센터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게하르트 에틀 교수가 각각 센터장을 맡고 있다”고 자랑했다.

2001년 설립된 고등광기술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광 과학기술 전문 연구기관으로 한국을 레이저 연구 분야에서 세계 6대 강국에 진입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기반 및 이용기술 개발’이란 국책 연구사업을 진행하며 초고출력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3년부터 시작돼 2011년까지 9년간 국비 649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에는 연구소 내 펨토과학기술연구센터에서 실험실 규모의 시설을 이용해 1GeV(기가전자볼트, 1GeV=1억 전자볼트)라는 높은 에너지를 갖도록 전자를 가속하는 데 성공해 유명 저널인 ‘네이처 포토닉스’에 발표했다.

2005년 6월 설립된 히거신소재연구센터는 반도체 성질을 띠는 플라스틱(유기물)을 이용해 유기태양전지, 유기트랜지스터, 유기발광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전자회로가 가능하다. 특히 2007년 7월 연구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전환효율인 6.5%를 보이는 유기태양전지를 개발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GIST는 기초연구성과를 고부가가치 기술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5년 설립된 과학기술응용연구소에서 2005년 62건, 2006년 134건, 2007년 112건 총 308건의 국내외 특허를 등록했다. 또 26건에 31억 원이 넘는 규모로 기술이전 계약을 이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학술활동이나 교육수준을 국제 표준에 맞춘 점도 GIST만의 강점이다. 지금까지 GIST을 거친 외국인 교수와 연구원은 107명에 이른다. GIST를 졸업한 외국인 학생은 석사 91명, 박사 13명인데, 대부분의 졸업생은 캐나다,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중국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GIST 출신 한국인 박사가 해외 주요대학 교수로 임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07년 서상우 박사가 뉴욕시립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임용된 것을 시작으로 졸업생들이 미국 어번대 토목공학과 교수, 덴마크공대 광공학과 교수,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생물공학부 교수로 잇달아 발탁됐다.

선우중호 원장은 “조만간에 GIST에 에너지연구소가 정식으로 문을 여는데, 유기태양전지를 활용하는 태양에너지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광주는 국내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빛고을 광주에 위치한 GIST가 태양에너지 연구의 중심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또 GIST는 새로운 학부를 설립하며 국내 대학에 ‘새 빛’을 비출 것으로 전망된다.

“GIST 박사는 학위 과정 중에 1인당 평균 6편의 SCI급 논문을 게재합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논문을 냈다는 뜻이죠.
이들 논문을 국내외 학술회의에서 발표하다 보면 자기 연구 수준이 세계 수준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글 : 광주 이충환 기자 cosmos@donga.com

과학동아 2009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