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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

가장 약하지만 가장 위대한 힘

낙엽이 떨어진다. 비가 내린다. 사과와 배가 땅으로 떨어진다. 주스가 그릇에 얌전히 담겨있다.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은 둥그렇다. 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쉽게 중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다가오는 중력은 과거의 사람들에게도 당연했을까.

흥미롭게도 물체의 낙하 현상에 대한 설명은 오랜 옛날부터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사람들은 물체가 낙하하는 것을 기준으로 단순히 상하만을 구분했다. 지구를 평평한 땅이라고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위에 있는 것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만유인력 상수의 측정만유인력 상수의 측정


인공위성의 원리

뉴턴은 달의 운동을 지상의 높은 산에서 발사한 포탄의 운동에 비유했다. 그는 산꼭대기가 대기층 위에 있어서 공기저항은 무시한다고 가정했다. 포탄의 수평속력이 작다면 포탄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곧 지면과 충돌할 것이다. 그러나 포탄의 속력이 점점 빨라진다면 곡선이 완만해지면서 좀 더 먼 곳의 지면과 충돌한다. 따라서 충분히 빠른 속력으로 발사된 포탄의 경로는 원이 돼 무한히 원운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구 주위를 원궤도로 돌고 있는 포탄과 달은 지면에 수평한 성분의 속력을 갖고 있다. 이 속도는 충분히 커서 포탄과 달은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며 돌 수 있다. 속력을 감소시키는 공기저항이 없다면 포탄과 달은 계속 ‘떨어지면서’ 지구 주위를 무한히 돌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인공위성의 원리다.

이러한 뉴턴의 생각은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생각이 가설에서 이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검증은 달이 직선 경로로부터 떨어지는 거리는 지표면의 사과나 다른 물체가 떨어지는 거리와 정확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지상에서 자유낙하 하는 물체의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과 무관한 것처럼 달이 떨어지는 것도 달의 질량과 무관해야 한다고 여겼다. 달의 낙하 거리와 사과의 낙하거리는 지구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관련지을 수 있다. 만약 달과 사과의 낙하거리가 정확히 비례한다면 지구 중력이 달까지 미치고 있다는 가설은 받아들여진다.

중력의 보편성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들에게 중심을 향하는 성질을 부여함으로써 낙하의 원리를 설명했다. 흙으로 이뤄진 우주의 중심으로 흙의 성분인 물체들이 본래의 위치인 우주의 중심으로 향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물체를 당겨서 일어나는 힘이 아니라 물체에 내재된 속성이었다.

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그 물체의 속성이 아닌 그것을 당기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한 사람이 바로 뉴턴이다. 그렇다고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뉴턴이 발견한 것은 ‘중력이 보편적이다’라는 사실이다. 즉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힘이나 지구를 태양 주위로 돌게 하는 힘들이 모두 같은 종류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긴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설에 따르면 뉴턴이 사과나무 밑에서 힘의 본성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보편성을 생각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달이 지구를 돌고있는 것을 동일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1초 동안 지구로 1.4mm 떨어져

뉴턴은 기하학을 이용해 원궤도를 도는 달이 직선경로로부터 1초 동안 떨어지는 거리를 계산했다. 그 값은 바로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1.4mm. 달이 지표면의 사과보다 지구중심으로부터 60배만큼 더 멀리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다. 사과가 처음 1초 동안 낙하한 거리는 4.9m다. 뉴턴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중력의 세기가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달이 미치는 중력의 세기가 1/60로 약해지는 것을 의미할까. 아니다. 실제로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1/60)²만큼 약해진다. 따라서 달이 떨어지는 거리는 4.9m의 (1/60)²인 1.4mm이어야 한다. 그러나 뉴턴은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 즉 계산에 사용해야 할 올바른 거리가 달의 중심과 지구 중심사이의 거리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구형인 지구의 모든 질량이 지구 중심에 집중돼 있는 것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그는 중력에 대한 논문을 20여년 가까이 서랍에 넣어 두었다. 그러다 친구인 핼리(핼리혜성으로 알려진 천문학자)의 설득으로 풀리지 않던 무게중심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미적분학을 창안해 낸 후 비로소 1687년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출판한다. 달에서 발견한 것을 모든 물체에 일반화시킨 것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 인력을 작용하며 이 힘의 크기는 각각의 질량의 곱에 정비례하고 물체들의 질량 중심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케플러의 법칙을 증명함으로써 그야말로 우주의 보편적 진리로 인정받는다. 행성의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은 그의 스승인 티코 브라헤가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뉴턴은 달과 지구 사이에 작용한 힘이 태양과 천체 사이에도 작용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럼으로써 케플러가 말했던 공전주기의 제곱이 타원궤도의 긴 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조화의 법칙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뉴턴은 사과와 지구, 태양과 행성, 그리고 임의의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이 이름 그대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G값이 뒤늦게 등장한 이유

여기서 비례상수를 특별히 만유인력 상수(G)라 부르는데 크기는 6.672×10-11 Nm2/kg² 이다. 만유인력 상수를 계산하려면 두 물체 사이의 인력을 직접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 있는 만유인력의 크기는 매우 작다. 따라서 G는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지 1백30년이 지나서야 영국의 물리학자인 캐번디시에 의해 처음으로 측정됐다. 캐번디시는 수평한 막대의 양 끝에 질량이 작은 금속구를 고정시키고 작은 금속구에 질량이 큰 금속구를 접근시켜 실이 비틀리는 각으로 작은 힘을 측정함으로써 G값을 구했다.

G값은 만유인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만유인력은 자연계의 네가지 기본 힘 중에서 가장 약하다. 만유인력은 물체의 질량에만 관계하는 힘으로 실제 느끼고자 하면 지구처럼 무거운 물체가 있어야 한다. 중력 외에 일상생활에서 작용하는 만유인력을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느낄 수 없지만 자신과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쉽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몸무게다.

짝없는 외톨이 중력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만유인력의 증거로는 블랙홀이 있다. 블랙홀은 천체들 중 밀도가 가장 큰 별인데 그 밀도는 지구 전체를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cm인 입방체에 넣은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물질은 물론이고 빛이라 할지라도 특정 거리 이하로 접근하면 빠져나올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경계선 안쪽은 검은색을 띤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하는 블랙홀은 실제크기보다 큰 검은 구멍을 보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큰 특징은 전기력이나 자기력과는 달리 인력만 작용한다는 점. 전기력이나 자기력은 같은 극끼리는 밀고, 다른 극끼리는 당기는 두종류의 힘이 작용하지만 만유인력은 끌어당기기만 한다. 이것은 힘을 일으키는 요소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어서 자기력을 일으키는 요소가 두종류인 반면, 만유인력은 질량 하나뿐이다. 어떤 사람은 중력을 막는 물체를 발명하려고 하겠지만, 질량을 갖는 모든 물질은 중력을 막기는커녕 더 보태기만 할 뿐이다. 또 만유인력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원격작용이 있다. 태양계가 구성될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특성 때문이다. 전기력, 자기력의 경우는 1m 내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만유인력은 이와 같은 거리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작지만 큰 고민 수성 근일점 변화

뉴턴 역학은 질량이 있는 물체에 왜 중력이 작용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천체와 지상의 운동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절대적 진리의 자리를 점하고 있었다. 그 한 예가 뉴턴 역학에 기초한 예측과 정밀한 관측을 통해서 가능하게 된 해왕성과 명왕성의 발견이다. 그러나 뉴턴 역학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물리학의 틀은 바뀌어 나간다.

그것은 바로 수성 근일점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다른 행성들처럼 태양을 한 초점으로 타원궤도를 그리며 돌고있는 수성의 주축이 조금씩 회전하는 근일점의 세차운동을 보인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뉴턴의 중력이론에 입각해 수성 근일점의 세차운동은 1백년간도 32분 37초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관측된 결과는 1백년간 43초. 이것은 뉴턴의 이론과 아주 작은 차이였지만 천문학자들을 괴롭혔다.

뉴턴 역학에서는 행성의 자전이 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태양이 행성에 작용하는 중력은 행성의 질량에만 관계가 있고 행성의 자전속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상대성 이론에서는 행성의 자전 속도가 중력효과에 영향을 미쳐 자전축의 세차운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함으로써 수성의 근일점 세차운동을 증명해냈다.

또 물질 입자로 이뤄지지 않은 빛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나 직진한다고 믿었던 사실이 다르게 관측된다. 1919년 개기 일식 때 태양 주위의 별빛의 방향이 휘어져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뉴턴 역학으로 설명이 안되는 것이었다.

물체운동은 공간 특성 때문

이 즈음인 1916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여기서 그는 뉴턴의 중력은 불필요한 개념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수성의 근일점 변화를 설명하고 빛의 휨을 정확히 예측해낸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물체가 운동하는 것은 그 물체가 위치한 공간의 특성에 따라 운동하는 것이지, 힘에 의해 경로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태양계를 예로 들면 뉴턴 역학에서는 만유인력에 의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원운동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서는 태양에 의해 주위의 공간이 휘어져 있어서 지구는 휘어진 공간 내에서 직선운동을 한다고 설명한다. 즉 질량의 존재가 주위를 휘게해 공간의 기하를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 종이 위에서 두점 사이의 최단 거리를 그으면 두 점을 이은 직선이 되지만, 지구 표면의 두점 사이의 최단 거리를 그으면 호를 이룬다. 여기서 종이는 유클리드 공간에 해당하고, 지구의 표면은 유클리드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이다. 따라서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은 태양이 만들어놓은 휘어진 공간상에서 관성운동을 한다고 본다.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만유인력은 공간의 기하로 흡수된다. 즉 질량을 가진 물체가 만드는 공간의 성질을 표현해 그 공간에서 다른 물체가 자연스러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운동을 기술한다. 이러한 개념의 변화는 나머지 힘들을 바꾸어 나간다.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을 한꺼번에 ‘장이론’(field theory)으로 다시 설명하게 된 것이다(통일장이론). 그러나 만유인력과 통합하는 것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른바 ‘대통일장이론’이다.

해왕성과 명왕성의 등장

만유인력은 모든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므로 행성들 사이에서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해야 한다. 목성에 힘을 가하고 있는 것은 태양만이 아니라 다른 행성들도 목성에 힘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힘들은 질량이 매우 큰 태양과 비교하면 아주 작지만 그래도 그 힘의 효과는 나타난다. 토성이 목성 근처에 있을 때 목성의 타원 운동은 토성의 인력때문에 약간의 방해를 받는다. 이 때문에 두 행성 모두 타원궤도 상에서 약간 벗어난다. 이를 섭동(perturbation)이라고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천문학자들에게 천왕성의 섭동현상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다른 행성들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천왕성의 움직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양말고 뭔가 천왕성의 운동 궤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했다.

천왕성의 섭동 현상은 1845년과 1846년에 영국과 프랑스의 두 천문학자 아담스와 르 베리에 의해 밝혀졌다. 두 천문학자는 연필, 종이, 만유인력법칙만으로 같은 결론에 이른다. 르 베리는 이 결론을 베를린 천문대로 보내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천문대는 이 요청을 받아들인 30분 후에 해왕성을 발견했다. 천왕성의 또다른 섭동은 9번째 행성인 명왕성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명왕성은 1930년 아리조나에 있는 로웰 천문대에서 발견됐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태양계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별 주위를 돌고 있는 이중성의 운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만유인력은 우주의 운명을 지배하고 있다.
 

글 : 장경애 kajang@donga.com
사진 : 동아일보 조사부

과학동아 199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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